김대중 대통령은 작년 6월 방미 당시 클린턴 대통령과 한.미통상협정을
맺기로 합의했다.

미국기업들을 적극 유치하기위해선 투자에 관한한 미국과의 국경을
없애야겠다는 것이 한국측의 복안이었다.

당장 급한 경제위기를 극복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미국과의
경제적인 연대를 확고부동하게 다지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미국측의 화답에 한국은 크게 고무됐지만 막상 실무협상에 들어가면서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미국은 "미국자본을 더 끌어들이려면 이미 들어온 미국기업의 활동부터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면서 스크린쿼터제폐지 문제를 들고나왔다.

미국은 이미 한국에 들어온 미국영화산업에 대한 차별부터 철폐돼야 다른
기업들도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스크린쿼터제폐지문제는 국내 영화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 제도 덕분에 근근히 연명해오던 국내 영화사들과 영화인들은 사활을 건
투쟁에 나서고 있다.

당초 미국기업유치만 생각하고 투자협정을 제안했던 한국 정부는 "진퇴양난"
의 처지가 돼버렸다.

김 대통령이 이번 방미기간중에 미국측에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모르지만
현재로는 묘안이 없어보인다.

이 문제는 개방경제시대 한.미 통상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케이스다.

한국측은 IMF 관리체제에 접어들면서 통상현안에 대해 한 수 접어줄 것으로
기대해 왔다.

하지만 작년 한햇동안 미국의 무역적자가 2천4백70억달러에 달했고 올해는
기록적인 3천억달러로 불어날 전망이다.

통상압력을 강화하라는 미국의회와 업계의 빗발치는 요구에 밀린 클린턴
행정부는 "한국이 어렵다고해서 봐줄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오고있다.

로렌스 서머스 미국 재무부장관 지명자는 틈만 나면 "한국의 부도기업
처리과정에서 투명성이 보장되는지 혹시 정부의 보조금이 암암리에 지원되지
않는지 주시하겠다"고 경고성 발언을 되풀이 하는 것도 이런 미국내 분위기를
의식한 것이다.

아직은 과거 자동차시장개방 때 처럼 긴박하게 돌아가는 핫이슈는 없다.

하지만 철강에서부터 정부조달제도에 이르기까지 통상마찰요인은 곳곳에
널려 있다.

더욱이 미국 국내정치가 이미 대선국면에 접어들면서 시장개방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 틀림없다.

한가지 위안은 작년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대미수출이 한풀 꺾인 대신
대미수입이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한국정부는 교역추이를 놓고 볼 때 한.미 통상관계가 지난번 자동차시장개방
때처럼 악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낙관하고 있다.

< 이동우 기자 lee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