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빈 스트라우스 < 미국 뉴욕대학 명예교수 >

1일로 유럽단일통화 유로화가 출범한지 6개월이 됐다.

세계의 지대한 관심속에 화려하게 출발했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 초창기의
화려했던 빛은 크게 퇴색됐다.

유럽경기가 둔화되면서 유로화가치는 그동안 약세를 면치못했다.

유럽지도자들은 연초 "유로" 출범당시 유로의 성공을 장담했다.

이들은 세계 최고 복지국가들의 공동화폐인 "유로"가 머잖아 달러화에
필적하는 강력한 통화가 될것이라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러나 지난 1월4일 유로당 1.1877달러의 강세를 기록한 뒤 곧바로 값어치가
떨어지기 시작해 지금은 10% 이상 떨어진 유로당 1.03달러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때문에 곧 "1유로=1달러" 수준까지 유로가치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빔 뒤젠베르크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얼마전 유로화 가치하락과 관련해
"유로화가 출범직후 한 차례 조정과정을 거쳤지만 그럭저럭 잘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6개월간 가치가 10%나 떨어진 게 "그럭저럭 잘한 것"이라면 도대체 얼마나
더 떨어져야 "형편없는 것"이 된다는 말인가.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적어도 유로 환율에 대한 은근한 불만을
반영한다.

한편으론 유럽 각국 통화당국이 유로화의 약세가 자국 경제에 보탬이 되는
한 추가 하락을 바라고 있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유럽연합(EU)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복지수준이 높은 국가다.

전체경제에 득이 될 것이라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는 대량 정리해고
가 금지돼왔다.

뒤젠베르크 총재가 최근 "유럽경기의 최악 상황은 끝났으며 유럽의
경제성장률이 내년에는 2.5%정도로 올라갈 것"이라고 예견한 것은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유로화가치가 더 떨어져도 손을 쓰지 않겠다"는
생각을 공표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유로화의 추락은 전통적 통화분석가들이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바로 한 나라의 복지수준과 그 나라 통화 가치간의 관계다.

복지국가들은 대부분 경제성장률이 낮다.

따라서 정책 결정자들은 약간의 성장이라도 이루기위해 통화 가치를 낮게
유지시키는 방법에 종종 의존하곤 한다.

게다가 복지국가들의 경제는 생동감이 없기 때문에 자본이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다.

사회보장제에 대한 부담이 덜하고 정부 규제도 적은 고성장 국가로 유출되는
것이다.

그결과 고성장 국가들의 통화가치는 저성장국의 통화들에 비해 높아진다.

미국은 사회복지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운데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자본도 유입되는 대표적인 국가다.

미국이 강한 달러를 유지하고 막대한 무역적자를 감내할수 있는 것도
이덕분이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많은데도 통화가치가 높다는 것은 미국경제가 건강하다는
뜻이다.

반대로 유럽은 사회복지 부담이 크고 경제는 지지부진하며 자본은 빠져
나가고 있다.

유로화가치 하락이 장기화됨에 따라 유로화의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독일처럼 인플레율이 낮은 국가와 이탈리아와 같은 높은 인플레 국가들이
뭉쳐서 단일통화권을 만들었기 때문에 유로권의 국가들은 재정적자및
공공부채 수준을 일정 한도이내로 줄이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이 약속들은 유럽경기부진으로 심각하게 도전받고 있다.

지난 5월 이탈리아는 99년 재정적자 목표를 당초에 정해진 국내총생산(GDP)
의 2%에서 2.4%로 늘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유로화 도입국들에게 요청했다.

이탈리아가 유로권의 재정운영원칙을 깸으로써 유로화의 안정성에 대해
의문이 일고 있다.

이와관련 뒤젠베르크 총재는 재정적자를 늘리는 것이 유로권에 유행한다면
유로화에 좋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경제통화동맹(EMU)의 재정운영 기준들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이는 유럽의 경기부진상황과 맞물리면서 유로화 가치가 실제보다 더 낮게
평가될 위험이 있다.

이때문에 뒤젠베르크총재는 유럽의 통화정책들은 그대로 유지하려 하고
있다.

유럽 정치인들이 유럽의 사회복지 수준을 빨리 끌어내리지 않으면 유럽통화
당국들의 조치(유로화 가치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시켜 경기를 활성화하려는)
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ECB 수석 경제학자 오트마 이싱도 여기에 동의한다.

그는 "독일이 고비용의 사회복지구조를 개편하지 않는 한 "유럽의 병자"가
될 위험을 안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높은 복지수준은 유로화의 적이다.

복지수준이 높을수록 유로화가치는 떨어진다.

따라서 빠른 시일내에 복지수준을 낮추지 않으면 유로화의 장래는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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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멜빈 스트라우스(Melvyn Strauss) 미국 뉴욕대학 명예교수겸
후버연구소 수석연구원이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칼럼을 정리한
것이다.

< 정리=김용준 국제부기자 dialec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