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정부의 대기업 정책에 바라는 것은 딱 하나다.

일관성있고 예측 가능한 대기업 정책을 펴 달라는 것이다.

재계는 그동안 정부의 개혁 정책방향이 맞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따라왔다.

사외이사를 선정해 기업 투명성을 높이고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을 어느정도
해소했다.

최근들어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가 도입되면서 계열사간 자금거래가 크게 준
것도 사실이다.

또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그룹별로 자산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업구조는 핵심사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또 소수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지배주주는 책임경영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재계는 외환위기가 터진 직후인 지난해초 이같은 5가지 대기업 개혁방안을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김대중 대통령과 약속했다.

5대그룹은 이런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주채권 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었다.

채권단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추가여신을 끊고 그래도 거짓말을 하면
여신을 회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정부는 대기업 개혁의 감독권을 채권단에 맡긴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최근들어 새로운 개혁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정부는 5대 그룹의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직간접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대형 펀드 등 제 2금융권에 대한 개혁을 착수한 것도 이런 정책의 일환으로
재계는 바라보고 있다.

기업지배구조개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안을 참조해 우리 실정에
맞는 법과 제도를 도입하면 된다.

가장 엄격하기로 알려진 미국 증권거래법을 원용해도 좋다는게 재계
입장이다.

그런데도 정부 일부에서는 사외이사를 전체이사의 절반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한마디로 대주주의 기득권을 원천적으로 부정하겠다는 얘기이다.

당연히 재계는 당혹해하고 있다.

대기업 개혁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인지 실제로 소유지배구조에 메스를
가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불안할 수밖에 없다.

뚜렷한 대안없이 또다른 과제를 떠맡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총수가 불안하면 자신있는 경영도 기대할 수 없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