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분 < 방송 작가 >

미인은 고달프다.

주위에서 내버려 두질 않는다.

어느날 연습장에서 A프로가 다가와 말한다.

내 스윙은 몸을 너무 많이 써서 임팩트가 정확지 못하다고.

그는 간결하게 팔만 들어 올리란다.

일리가 있는듯 해서 2~3일 실컷 연습했다.

그 간결한 스윙이 몸에 밴듯해 기분이 좋을 무렵...

지나가던 B프로가 깜짝 놀라며 한마디 한다.

"그렇게 팔만 번쩍번쩍 들어 올리니까 거리가 안 나지요"

그는 다시 팔은 놔두고 몸통회전만 충분히 해줄 것을 권한다.

"A프로님은 그렇게 하지 말라던데요"

이런 말은 소용 없다.

그는 한층 자신의 이론을 강조한다.

비단 레슨프로뿐만이 아니다.

줄줄이 슬라이스를 내던 어느날 보다 못한 뒷타석 할아버지가 다가오더니
무조건 자기를 따라 하라는 거다.

하도 확고하고 강경하게 이론을 펼쳐 놓는 바람에 난 할말을 잃고 몇십분
동안이나 시달렸다.

모두가 자신의 이론이 최고라고 해대니.

난 A프로가 나타나면 팔을 번쩍 들어올리고 B프로가 나타나면 냅다 몸통을
회전시키는 두가지 스윙으로 한동안 헤맸었다.

골프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정답이 없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구력이 붙을라치면 누구나 자기가 하는 게
옳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렇게 주장하던 사람도 실제로는 이말 저말에 솔깃해 하며 스윙을
바꾼다.

내 앞에서 그렇게 강경하던 할아버지도 며칠 후엔 다른 타석 아저씨에게
이상한 스윙을 전수받고 있었다.

내가 보기엔 할아버지 스윙이 더 나은데도 말이다.

나 역시 그렇게 될까.

아마 그럴 것이다.

수십년이 흘러도 이 스윙, 저 스윙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는 모습.

하긴 낸시 로페즈도 평생 "이거다"를 찾지 못했다 하지 않은가.

그렇더라도 "만인의 교습"은 정말 피곤하다.

날 좀 내버려 두세요.

나도 레슨프로가 있으니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