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 개봉하는 영화 "용가리"의 제작에는 벤처금융의 도움이 컸다.

지난해 7월 투자유치를 시작한 지 1년여만에 벤처캐피털과 엔젤들로부터
61억원을 유치한 것.

여기엔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다.

영구아트무비 김흥구 실장은 "삼일회계법인의 투자 컨설팅이 큰 힘이 됐다"
며 "컨설팅비용도 실비나 마찬가지였다"고 귀띔했다.

한국 최대의 회계법인이 용가리의 사업가치를 산정한데다 사후관리까지
맡음으로써 투자자들에게 높은 신뢰감을 심어줬다는 설명이다.

인터넷 업체인 테크노필(대표 최재학)도 삼일을 통해 3~4개 벤처캐피털과
투자유치를 협상중이다.

이 회사의 이영우 이사는 "대기업만 상대하는 걸로 알았던 대형 회계법인의
전문가들이 직접 찾아왔다"며 "엔젤(angel)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삼일회계법인(대표 서태식)의 벤처컨설팅이 이처럼 눈길을 끈다.

외환위기 직후인 작년초 뛰어들었다.

MAT(인수합병 및 조세)팀이 맡고 있다.

회계사 경력 5~7년의 전문가 4명이 뛰고 있다.

사업강화를 위해 2명을 증원키로 했다.

필요할 때는 40여명의 회계사로 이뤄진 풀(pool)을 활용하고 있다.

발빠른 컨설팅이 가능한 것.

삼일이 수행하는 벤처컨설팅은 다양하다.

회계 및 세무 자문은 기본이다.

M&A(인수합병)와 기업가치 평가도 주요 사업.경기엔젤클럽을 통해 투자유치
를 추진했던 스피드엔지니어링은 삼일을 통해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사업계획서 작성과 투자유치 중개에도 나서고 있다.

경기엔젤 등에 이어 스마트21엔젤클럽의 투자자문도 해주기로 했다.

세계최대 회계법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PWC)와 제휴관계인 점을
활용해 미국의 나스닥 상장 및 외자유치 주선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유상수 회계사는 "40여개 벤처기업을 컨설팅했다"며 "벤처의 궁극적 목적인
기업가치의 극대화를 돕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일의 벤처컨설팅은 벤처를 새로운 시장으로 인식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당장은 저수익 사업이지만 대박이 터질 수 있는 유망고객을 미리 확보해둔다
는 점에서다.

삼일의 행보는 다른 대형 회계법인들의 벤처컨설팅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변화는 기득권 세력에게 위기를 가져오지만 기득권 세력이 그 변화의 선두에
설 때는 더욱 막강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02)709-0549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