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워싱턴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간의 한.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안팎의 불안정한 기류를 반영, 북한에 대한 강도높은
경고와 함께 대북포용정책의 기조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북한이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일본-북한관계는 물론 미국-북한
관계와 남북관계가 심각하게 냉각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사전예방차원의
시의적절한 대응이라고 할만하다.

북한이 실제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미.일 양국의 대북강경여론을 자극해
그동안 추진해온 한.미 양국의 포괄적 대북포용정책이 후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는 사전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양국 정상이 서해교전사태 때 한국의 단호한 대응과 한.미
양국군의 신속한 공조가 정세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앞으로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선 강력한 연합전력으로 대응해나가기로 한 것도
한.미 안보체제의 공고함을 재확인시켜준 합의라고 하겠다.

이처럼 양국 대통령이 어느 때보다 강도높은 대북 경고에 주저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에 대해 화해와 협력의 신호를 보내는데도 인색하지 않은
점은 높이 살만하다.

특히 굳건한 안보태세를 바탕으로한 대북 포용정책이야말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유일한 현실적 대안임을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남북문제 못지않게 한.미 투자보장협정의 체결 필요성에 공감하고 사회보장
협정, 비자발급 간소화 등에 합의한 것도 의미있는 경제적 성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특히 김대통령이 추진중인 경제개혁을 클린턴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지지의사를 밝힌 것은 국제사회에서 한국경제의 신인도를 한단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클린턴 대통령이 한국의 대기업개혁의 속도와 강도에 대한 미국내 우려의
시각을 전달한 것도 같은 취지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대북문제와 경제개혁 문제의 큰 틀에 대해선 의견의
일치를 보았으나 구체적 현안에 대해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데 그친 감이
있다.

한국의 미사일 연구 개발 가능범위를 5백km까지 연장해달라는 김 대통령의
요청에 대해 미국측이 여전히 인색한 태도로 취한 것도 아쉽지만 통상분야에
서 한국영화의 스크린쿼터제 완화와 대미 철강수출 억제 및 쇠고기 수입을
확대시키려는 미국의 요구가 워낙 강해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은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양국은 이같은 통상분야에서의 마찰이 장기적인 갈등구조로 확대되지 않도록
조속히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관계가 안보 뿐만 아니라 경제분야에서도
보다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