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였던 허리띠를 너무빨리 풀어헤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경제논리보다는 대중의 여론이나 정치적 고려가 우선되는 듯한 조치들도
남발되고 있다.

잇달아 발표되고있는 정부 여당의 각종 경제 조치를 보노라면 이중 상당수는
시장논리가 배제된 선심성 행정이며 구조조정의 후퇴가 아닌가하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주말에는 예산에도 없는 공무원 체력단련비를 대체수당을 만들어서라도
지급하겠다는 여당의 방침이 전해졌고 이를 위해 기획예산처는 불과 며칠전
국회에 제출했던 2차추경안을 다시 짜는 문제로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급의 2백50%인 공무원 체련비를 지급하기 위해 1조2천억원이 다시
필요하다고 하니 한번 쌓이기 시작하면 여간해선 되돌릴 수 없다는 재정적자
문제는 과연 해결 방안이 있는지 궁금하다.

근로자들에게 1조4천억원의 세금감면 혜택을 주겠다는 지난달 중순의 중산층
대책을 비롯해 공무원 급여를 5년 이내에 중견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지난주 대통령의 발언이나 "사회복지"에 촛점을 맞추겠다는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등 일련의 대책들이 모두 그렇다 할 것이다.

최근들어서는 IMF체제 이후 일관되게 유지되어왔던 경제개혁의 기본 골격도
크게 변질되는 모습이다.

노조 지도부와 김대중 대통령의 지난 30일 청와대 회동을 계기로 공기업
인원감축등 공공부문 구조개혁은 포기 내지는 중단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 개혁도 방향성을 상실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자동차 뒤처리와 관련해 법에도 없는 소유주의 사재출연을 요구한 끝에
이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든 것도 그렇고 일부 대기업에 대해 갑작스런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것이나 자율성이 생명인 제2금융권에 대해서조차 정부가
적극 관여를 선언하고 나선점 등은 그 배경과 관련해 여러가지 궁금증을
낳고도 있다.

최근의 이같은 방향전환에 대해 혹자는 시장논리를 중시했던 "DJ노믹스"가
김 대통령의 전통적인 "대중경제론"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지만 아직 속단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문제는 구조개혁은 포기해도 좋은 것이며 재벌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편승해
정부가 앞장서서 대기업 두들기기에 나서도 좋은 것인지 그리고 그나마의
실물경제 호전 성과를 미리부터 분배문제 해결에 투입해도 괜찮은 것인지
하는 점이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최근의 정부 조치들을 내년 총선과 연계해 풀이하고 있지만
내년 총선이야말로 경제개혁 성적표로 심판받겠다는 자세를 가다듬는 것이
정부 여당의 올바른 자세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