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계에 여성공화국이 떴다.

"사이버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강령을 내건 5명의 인터넷 아마조네스들.

신화속의 여전사들이 다시 환생한 것인가.

그들에게 성의 장벽은 없다.

이들은 창칼 들고 싸움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디자인을 무기로 영토를
넓혀 거대한 사이버 왕국 건설을 꿈꾸고 있다.

팀인터페이스.

최근들어 새롭게 부상한 유저인터페이스 디자인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여성 벤처기업이다.

유저인터페이스(UI)는 프로그래머가 만들어 놓은 메마른 홈페이지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눈에 거슬리는 색채, 똑같은 모양의 아이콘들, 산만한 글.그림 배치 등을
바꿔 인터넷 사용자들이 친근감을 느끼고 자주 찾아오도록 재구성하는
것이다.

팀인터페이스를 이끌고 있는 이성혜(33)씨.

유저인터페이스 디자이너로 불린다.

아무리 촌스러운 홈페이지도 이씨의 손길이 닿으면 생명이 깃들인 것처럼
살아숨쉬게 된다.

이씨가 유저인터페이스 디자인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 95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3.1이 막 출시될 때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단순한 도스(DOS)환경에 싫증나 있던 컴퓨터 사용자들은
화려한 그래픽을 쓸 수 있는 윈도의 출현에 열광했다.

그러나 응용프로그램은 하나같이 디자인이 문제였다.

이미 디자인학원에서 CAD(컴퓨터지원설계) 기법을 강의할 정도로 식견이
풍부했던 이씨는 이 점에 주목했다.

그녀는 곧바로 소프트웨어 디자인 관련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밤잠을 설치며 자료를 찾던중 그녀가 관심을 갖는 분야가 이미 외국에서는
유저인터페이스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뜨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국내에서는 생소한 UI분야를 스스로 개척하던 이씨에게 어느날 기회가
찾아왔다.

으뜸정보기술에서 소프트웨어 디자인을 맡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UI팀장으로 스카우트됐다.

이씨는 으뜸정보기술에서 유저인터페이스 디자인 전문가로 서서히 변신해
갔다.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외국 책에서만 보던 디자인 이론을 실제로
적용해 보기도 했다.

부족한 부분이라도 생기면 교수들을 찾아다니면서 배움을 청했다.

UI에 빠져 지내던 시간도 잠시.

곧 시련이 닥쳤다.

회사가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디자인팀의 정리를 원했다.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인가, 창업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섰다.

유저인터페이스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펼치기 원했던 이씨는 결국 남자도
힘든 창업의 길을 택했다.

말이 좋아 창업이었다.

자본금은 아예 생각지도 못했고 사무실은 친구 회사에서 빌린 책상 하나로
만족해야 했다.

거기에다 팩스 겸용 전화 한대, 할부로 구입한 컴퓨터 한대가 창업 밑천의
전부였다.

직원은 같이 일하던 여성 디자이너 2명.

열정 하나로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앞날이 너무 막막했다.

창업의 거친 바다에 뛰어든 세명의 아마조네스들은 겨우겨우 들어오는
홈페이지 제작 요청으로 그날그날을 버텨야 했다.

하지만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아마조네스들의 고통을 보고만 있지 않았다.

으뜸정보기술에서 같이 일하며 이씨의 실력을 눈여겨 봤던 한 프로그래머가
대한생명 홈페이지 디자인을 같이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1천만원 규모의 커다란 프로젝트였다.

능력을 인정받은 팀인터페이스는 이어 2천만원 규모의 신세계백화점,
5천만원 규모의 하나은행 UI디자인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했다.

명성은 소리없이 퍼져 나갔다.

지금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프로젝트 제의가 몰려들 정도다.

"유저인터페이스 디자인은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급속히 뜨는 분야
입니다.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도 사이트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등장
했기 때문이죠. 사진이나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많이 쓰게 된 것도 UI분야가
성장하는 밑거름입니다"(이성혜씨)

팀인터페이스의 매출은 빠르게 늘어났다.

사업을 시작한 96년 매출은 2천만원, 97년에는 7천만원, 지난해에는
1억7천만원을 올렸다.

올해는 전년보다 두배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창업 3년여만에 멤버들도 늘었다.

5명의 여성 디자이너에 최근들어 3명의 남성 디자이너들도 합류했다.

서초전화국의 창업보육센터에 어엿한 사무실도 마련했다.

이씨는 "팀인터페이스를 세계 최고의 명성을 가진 UI전문회사로 만들겠다"
는 야무진 꿈을 펼쳐 가고 있다.

< 송대섭 기자 dsso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