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꽃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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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취해 비틀거릴 때가 있다/아스팔트 갈라진 틈에 구두끝을 비비다가/
밖으로 고개 내어미는 풀꽃의/쥐어박고 싶을만치 노란/콩알만한 꽃송이를
보거나/구두 끝에 꽃물 남기고 뭉개진 꽃의 허리가 천천히 다시 들릴 때
(후략)"
황동규의 시 "삶에 취해"다.
꽃은 이처럼 언제 어디서 만나도 사람을 취하게 한다.
제주 한라산기슭의 유채꽃이나 네델란드 큐켄호프공원의 튜율립은 사진만
봐도 황홀하거니와 거리에 흔한 목련과 라일락 벚꽃 철쭉 모두 눈을
사로잡는다.
연인들의 거리인 신촌에 꽃집이 가장 많다는 얘기는 꽃의 역할을 전하고도
남는다.
50곳에서 하루 2백송이의 장미를 판매한다니까 신촌에서만 1만송이의 장미가
소비되는 셈이다.
실제 친구나 부부 할것없이 생일과 결혼기념일에 챙겨주는 장미와 프리지어
한묶음만으로도 야속함과 서운함을 잊고 새로운 삶을 다짐한다.
1월1일의 꽃은 스노우드롭(희망), 3월20일은 튜울립(영원한 애정), 7월7일은
서양까치밥나무(예상), 9월3일은 마가레트(감춰진 사랑), 12월20일은 파인
애플(완전무결) 등으로 1년 3백65일 각기 다른 꽃말의 꽃이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인지 모른다.
인사이동이나 경조사때 화분과 화환을 보내는 것도 축하 또는 위로의 뜻을
전하는데 꽃이나 난초만한 것이 없기 때문일 터이다.
농림부가 어려움에 처한 화훼농가를 위해 매주 화요일을 꽃의날로
지정했다는 소식은 반가운 한편으로 씁쓸하다.
국내 꽃소비가 행사나 경조사용에 집중돼 화훼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으니 범국민 꽃이용 생활화운동을 편다는 건데 공직자 이취임때 화환선물을
규제한다는 이유만으로 하루아침에 국내 화훼산업이 비틀거린다는 건 뭔가
한참 잘못됐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더라도 화이트데이(3월14일), 성년의날(5월17일) 부부의날(5월21일)
연인의날(7월7일) 경로의날(9월14일)에 꽃을 주고 받자는 얘기는 나쁘지
않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치레용 난초화분을 보내기보다 가까운 이들을 위해
평소 꽃을 사는 손길이 많아졌으면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7일자 ).
밖으로 고개 내어미는 풀꽃의/쥐어박고 싶을만치 노란/콩알만한 꽃송이를
보거나/구두 끝에 꽃물 남기고 뭉개진 꽃의 허리가 천천히 다시 들릴 때
(후략)"
황동규의 시 "삶에 취해"다.
꽃은 이처럼 언제 어디서 만나도 사람을 취하게 한다.
제주 한라산기슭의 유채꽃이나 네델란드 큐켄호프공원의 튜율립은 사진만
봐도 황홀하거니와 거리에 흔한 목련과 라일락 벚꽃 철쭉 모두 눈을
사로잡는다.
연인들의 거리인 신촌에 꽃집이 가장 많다는 얘기는 꽃의 역할을 전하고도
남는다.
50곳에서 하루 2백송이의 장미를 판매한다니까 신촌에서만 1만송이의 장미가
소비되는 셈이다.
실제 친구나 부부 할것없이 생일과 결혼기념일에 챙겨주는 장미와 프리지어
한묶음만으로도 야속함과 서운함을 잊고 새로운 삶을 다짐한다.
1월1일의 꽃은 스노우드롭(희망), 3월20일은 튜울립(영원한 애정), 7월7일은
서양까치밥나무(예상), 9월3일은 마가레트(감춰진 사랑), 12월20일은 파인
애플(완전무결) 등으로 1년 3백65일 각기 다른 꽃말의 꽃이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인지 모른다.
인사이동이나 경조사때 화분과 화환을 보내는 것도 축하 또는 위로의 뜻을
전하는데 꽃이나 난초만한 것이 없기 때문일 터이다.
농림부가 어려움에 처한 화훼농가를 위해 매주 화요일을 꽃의날로
지정했다는 소식은 반가운 한편으로 씁쓸하다.
국내 꽃소비가 행사나 경조사용에 집중돼 화훼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으니 범국민 꽃이용 생활화운동을 편다는 건데 공직자 이취임때 화환선물을
규제한다는 이유만으로 하루아침에 국내 화훼산업이 비틀거린다는 건 뭔가
한참 잘못됐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더라도 화이트데이(3월14일), 성년의날(5월17일) 부부의날(5월21일)
연인의날(7월7일) 경로의날(9월14일)에 꽃을 주고 받자는 얘기는 나쁘지
않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치레용 난초화분을 보내기보다 가까운 이들을 위해
평소 꽃을 사는 손길이 많아졌으면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