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작은 불편함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올해 대한민국학생발명전에서 학생발명왕(대통령상)으로 뽑힌 박준정
(13.서울 천호중 1학년)군은 항상 이런 생각을 한다.

남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불편함을 박군은 그냥 보아넘기지 않는다.

해결방법이 뭘까를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이런 버릇은 저절로 생겨난 게 아니다.

틈만 나면 호기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아버지 덕분에 남다른 관찰습관을
갖게 됐다.

아버지 박해천(40)씨는 현직 변리사.

직업상 개인발명가를 많이 접하는 박 변리사는 작은 아이디어가 중요한
산업재산권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숱하게 경험했다.

때문에 자식들의 아이디어 하나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인다.

박군이 대통령상을 받은 발명품은 "방향조절이 가능한 카메라렌즈가 구비된
도어 비디오폰".

역시 아버지의 관심과 도움으로 결실을 맺게 됐다.

지난해 3월 어느날 박군은 동생과 단둘이 집을 지켰다.

문득 집에 강도가 들어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생겼다.

도어 비디오폰을 통해 밖을 보려고 했지만 카메라가 고정돼 있어 문밖
상황을 제대로 살필 수가 없었다.

그때 움직이는 카메라가 달린 비디오폰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

그로부터 10개월이 지난 올해 1월 어느날.

어머니가 자동차 백미러를 움직이는 걸 보고 "바로 이거다"라는 아이디어가
머리를 스쳤다.

백미러를 상하좌우로 작동시키는 원리를 카메라에 적용하는 게 그것.

박군은 곧바로 아버지를 졸라 본격적인 제품제작을 시작했다.

설계도를 그리고 백미러에 사용된 모터를 구하러 돌아다녔다.

어렵사리 모터를 구했지만 카메라를 붙이는 게 문제였다.

고민끝에 아버지와 친분이 있는 중소기업을 찾아가 시제품을 만들었다.

지난 3월 박군은 마침내 움직이는 카메라가 달린 도어 비디오폰을 손에
쥐게 됐다.

아이디어를 떠올려 제품을 완성하는 데 1년여의 기간이 걸린 셈이다.

박군의 호기심은 멈출 줄 모른다.

전화를 걸다가 한 버튼만 잘못 눌러도 처음부터 다시 걸어야하는 번거로움은
어떻게 해결할까.

컴퓨터로 한글문서를 작성하다 갑자기 문자가 영문으로 전환됐을때 영문을
한글로 자동복원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찮은 사물에도 호기심어린 눈길을 보내는 박군은 "아버지처럼 다른 사람의
발명을 도와주는 공학박사 겸 변리사가 되는 게 꿈"이라며 활짝 웃었다.

< 장경영 기자 longru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