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우 < 고려대 교수 / 경영학 >

삼성자동차 부실정리의 불티가 삼성생명으로 옮겨 붙었다.

이건희 삼성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으로 삼성자동차의 부채를
갚겠다는 방안을 내놓자마자 삼성생명 주식상장에 따른 특혜시비가 일었다.

또 삼성생명 주식매집 과정에서의 증여세 포탈문제가 제기되었다.

삼성생명 주식매집과 관련된 증여세 포탈시비는 한 시민단체가 국세청에
조사를 요구함으로써 제기되었다.

국세청은 이에 대한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과 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주식을 매집하는 과정에서 증여세를
포탈했다는 주장은 현행 세법체계상 논리적 근거가 약한 것이다.

우선 에버랜드는 법인으로서 증여세 과세대상이 되지 않는다.

법인의 경우 특수관계가 있는 자연인으로부터 유가증권을 저가로 양수한
경우에는 양수가액과 공정싯가와의 차액을 당해연도의 과세대상소득으로
보아 법인세를 부담하게 된다.

이 경우에 있어서도 대주주와 임원 등 거래 당시에 특수관계가 성립돼야
하는 엄격한 요건이 규정돼 있다.

이 회장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주식을 저가로 매입한 경우 증여세가 부과되기
위해서는 거래시점을 기준으로 특수관계가 성립돼야 한다.

세법이 정하는 특수관계인은 친족 사용자 출자법인 등으로서 이들과의
거래에 있어서 싯가보다 30%이상 싼 값으로 주식을 매수했다면 증여세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삼성생명 주식을 이 회장에게 처분한 사람들은 비상장주식이기 때문에
양도차액의 20%에 해당하는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게 되는데 이는 이미
납부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이 회장과 특수관계에 해당되고 양도소득세를 부당하게
감소시키기 위해 저가로 주식을 양도했다면 부당행위 부인규정이 적용되고
이에 따라 추가적인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양수인에게 증여세를 부과했다면 같은 이유로 양도인에게 부당행위
계산부인에 따른 양도소득세를 추가해 부담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삼성생명 주식을 양도한 사람과 이 회장 사이에 거래당시 특수관계가
성립되고 주식을 싸게 매매했다면 그 의도에 따라 이 회장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든지 또는 매도인에게 양도소득세를 추가로 징수하든지 한가지를
선택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특수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납세의무는 발생되지 않는
것이다.

이 회장이 선친으로부터 상속한 주식을 타인명의로 명의신탁을 했다
하더라도 증여세 제척기간이 경과해 더 이상 과세문제가 제기되지 않는다.

이 회장이 삼성생명의 주식취득 자금 출처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이는
증여된 것으로 추정돼 증여세를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자금출처가 입증되고 주식매매대금을 수수한 기록이 있다면 이는
증여세 과세대상이 아닌 것이다.

이 회장이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을 취득했다면 빌려준 회사의
가지급금 인정이자에 대한 법인세가 부과되고 이 회장에게는 소득세가
부과될 뿐이며 증여세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불법 비자금을 조성해 이를 사용한 것이라면 증여세 포탈수준을 훨씬
넘는 형사상 문제가 따르게 되는것이다.

삼성자동차의 해결방안으로 제시된 삼성생명 주식의 출연이 엉뚱한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유한책임을 근간으로 하는 주식회사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대주주가 책임을
부담하면서 사재를 출연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데도 보험가입자의
재산을 편취하고 증여세를 포탈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의 초점이
지엽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삼성자동차 부실 정리의 목표는 삼성자동차에 돈을 꾸어준 은행이 원금을
회수해 추가적 국민부담이 없도록 하고 삼성자동차 부품공장을 설립했다가
낭패를 당한 부산지역 중소기업의 재활의 길을 돕자는 데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논의의 초점이 삼성생명 상장차익과 증여세 포탈로 옮아가는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증여세 체계는 유사증여를 적절히 포착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세정은 조세법률주의를 엄격히 적용해 현행세법체계의 테두리안에서
집행돼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대기업에 대해 특혜를 줘서도 안되지만 반대로 "여론몰이"식 조사를
해서도 곤란하다.

"마녀사냥"처럼 특정기업을 몰아치면 공정성이 상실될 것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세법규정을 초월해 징세권을 행사해서는 안된다.

삼성생명 주식매집과 관련된 증여세 탈세여부는 주식을 매도한 사람과 이
회장과의 거래당시 특수관계 존립여부에 따라 명확히 가려져야 할 것이다.

-----------------------------------------------------------------------

<> 필자 약력

=<>고려대 경영학과
<>미국 시라큐스대 회계학석사
<>미국 조지아대 회계학박사

-----------------------------------------------------------------------

*본란의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