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마침내 종합주가지수 1000시대에 들어섰다.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정부당국도 흡족한 표정이다.

마침 강봉균 재정경제부장관은 대한상의 초청강연에서 "최근의 증시활황은
우량기업들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완곡한 표현이긴 하지만 주가상승을 부추길만한 발언이다.

물론 이 발언 자체로는 트집잡을 이유가 없다.

걱정되는 것은 행여 정부가 증시활황으로 상징되는 경기회복에 도취해
긴장감이 풀리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실 상황에서도 그런 징후는 엿보이고 있다.

최근 삼성자동차 처리를 둘러싼 당국자들의 "중구난방성" 발언도 그중
하나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재출연 계획에 대뜸
생명보험 상장허용을 시사했다가 이내 유보쪽으로 돌아섰다.

평소 "무불통지"로 소문난 이 위원장의 이런 실수는 긴장감의 해이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긴장이 풀린 조짐은 지난달 30일 발표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엿볼
수 있다.

구조개혁의 마무리가 최우선 과제라고 하면서도 막상 공공개혁과 노사개혁에
대해서는 단한마디의 언급도 없었다.

"공공.노사부문은 상반기에 세웠던 정책방향에서 달라진 것이 없어서"
(강봉균 재정경제부장관)라는 설명은 충분치 않다.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는 것은 정부의 "의지"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므로
설사 같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다시한번 강조했어야 옳다.

따지고 보면 긴장이 풀린 것은 경제팀만이 아니다.

고위층 부인들의 옷 로비 파문이나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 유도" 발언 사건도 근본적으로는 긴장이 풀린데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현 상황이 이렇게 긴장을 풀어도 될만한 상황인가.

기자의 눈에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투자자들이 네자리수 주가에 환호하는 한옆에는 아직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1백여만명의 실업자들이 있다.

또 외국인주식투자자금으로 인한 원화절상 압력은 수출업체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한탕주의"심리에 따른 근로의욕의 저하다.

회사원들이 업무시간에 인터넷으로 주식거래에 시간을 보내는 것은 흔한
풍경이 돼버렸다.

이런 상황을 인식한다면 주가지수 1,000시대 문턱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다시한번 긴장감을 추스리는 일일 것이다.

< 임혁 경제부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