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국제 금융시장에 "컴백"했다.

작년 금융위기이후 "쓰레기" 취급받던 러시아 국채가 해외 투자자들 사이
에서 인기 투자품목으로 다시 자리잡고 있다.

작년말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가격이 액면가의 5%수준까지 곤두박질쳤던
러시아 국채는 최근 액면가의 50%까지 회복됐다.

지난달초만해도 액면가 10%에도 거래가 뜸했던 상황에 비하면 놀라운
회복속도다.

영국의 경제전문지인 파이낸셜타임스는 7일 "주로 뉴욕의 헤지펀드들이
러시아 국채뿐 아니라 구 소련이 발행한 채권까지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러시아 국채값이 오르면서 채권단인 파리클럽 관계자들이 1백60억
달러에 달하는 러시아 단기채(GKO)투자 손실액중 상당 부분을 되찾게 됐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 채권을 사느니 차라리 핵폐기물을 먹겠다"고하던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이처럼 러시아 국채를 찾기 시작한 것은 그만큼
경제상황이 호전됐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최근 <>주가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을 비롯,
<>재정수입 확대 <>물가 안정 <>수출확대 등이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 주식시장은 모라토리엄 선언 이전 수준으로 완전 회복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스크바 증시를 대표하는 RTS지수는 지난6일 1백46.61 포인트로 마감됐다.

올들어 최고 기록이자 모라토리엄 선언 이전인 작년7월 수준이다.

지난1월말 보다는 1백70%가량 뛰었다.

주가 급등은 <>유가상승과 <>IMF와의 지원합의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최근 20달러선까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세수의 절반 가량을 원유와 가스판매에서 올리는 러시아 재정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6월 러시아 정부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배가량 늘어난 4백46억루블의
세수를 거둬들였다.

IMF와 러시아가 지난1일 지원에 관한 합의를 마친 것도 호재다.

IMF는 오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지원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에서 승인이 나면 러시아에는 1년반동안 45억달러가 들어가게 된다.

이달중 1차분 6억3천만 달러가 지급된다.

작년이후 급상승했던 물가상승률도 주춤해졌다.

지난 6월의 물가상승률은 1.4%를 기록, 5월(2.2%)보다 안정됐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금융시장에 완전히 복귀하기까지는 아직
걸림돌이 도처에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식량부족 문제가 있다.

러시아에서는 지난 두달동안 냉해와 가뭄이 닥쳐 흉작이 불가피하게 됐다.

오는 12월 있을 총선도 복병이다.

총선과정에서 정국이 불안해져 IMF와의 합의사항이 이행되지 못한다면
구제금융 지원도 지연될 가능성이 많다.

유가상승으로 회복의 호기를 잡은 러시아가 복병들을 피해 제갈길을 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