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노총이 지난달 합의한 노사관계제도 개선위원회의 출범이
민주노총과 재계의 강한 반발로 계속 표류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당초의 합의대로라면 지난 6월말까지는 위원회의 구성이 완료됐어야 하지만
7월 중순에 접어들도록 아무런 진전이 없어 보인다.

지난 7일에는 한국노사문제협의회가 주최한 간담회에 민주노총을 포함한
노.사.정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으나 제각각 종전 입장만을 되풀이하는데
그쳤다.

이날 간담회에서 확인된 각자의 입장을 보면 정부는 어떻게든 노.사.정.공익
대표들로 구성되는 제도개선위원회를 발족시킨다는 방침이며 한국노총도
이같은 방침에 동조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에 속한 제도개선위에는 참석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사용자단체인 경총은 정부가 재계를 제쳐놓고 노.정간
합의를 하는 상태에서 쉽게 동참을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 파문으로 정부가 코너에 몰렸던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노.정간의 "6.25 대타협"은 한마디로 "불평등 협약"이라고 할
정도로 경영계의 요구는 묵살하고 노동계의 요구는 거의 전적으로 수용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정부가 공공.금융부문 구조조정의 후퇴를 감수키로 한 것이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의 철폐와 법정근로시간 단축 등을 수용하기
위한 제도개선위의 설치에 합의한 것은 원칙도 명분도 다 팽개친 "무조건
항복"이나 다름없는 처사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30일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구속.수배노동자에 대한 선처를 약속했다.

법치의 원칙을 흔들뿐더러 불법노동운동의 근절이라는 정부의 다짐을
무색케하는 약속이다.

이렇게 많은 것을 얻고도 민노총이 제도개선위에의 불참을 고집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제도개선위의 구성이 이처럼 어렵다면 위원회의 구성에 정부가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기구가 없어서 대화를 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보다는 노동계가 주장해온 노사정위의 위상강화 문제가 지난 5월초
노사정위법의 국회통과로 일단락된 만큼 제3기 노사정위를 하루속히
출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민노총이 노사정위 복귀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주장들은
구조조정의 중단과 같은 중요한 사안이 대부분이다.

급하다고 해서 충분한 검토도 없이 노사정위 틀 밖에서 쉽게 들어줄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노사는 자신들의 주장을 좀더 떳떳하게 펴기위해서도 속히 노사정위에
복귀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