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시장이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금값이 20년만에 최저치로 추락하는가 하면 관련 산업은 무더기 도산사태를
맞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의 금 매각계획은 미국 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금은 7일 영국 런던시장에서 온스당 2백55.85달러로 2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6일 영국중앙은행이 보유 금괴 25t을 1차 매각하면서 온스당
2백56.80달러로 폭락한데 이어 다시 하락세를 이어갔다.

홍콩에서도 이날 순금 한 냥쭝에 2천3백72홍콩달러(한화 35만5천원 상당)에
거래돼 지난 79년 5월 이후 최저 시세를 보였다.

금값은 앞으로도 당분간 약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영국중앙은행은 보유 금 7백15t중 3백90t(1차 매각분 제외)을 3~4년간에
걸쳐 매각할 계획이다.

스위스 중앙은행도 금괴 2천5백90t의 절반인 1천3백t을 내놓키로 했다.

게다가 IMF도 세계 41개 최빈국의 부채경감을 위해 보유 금 1억4백만온스
가운데 1천만온스를 향후 4~6년에 걸쳐 판매할 예정이다.

프랑스 파리바은행의 귀금속전문가 미셸 콜슨은 "선진국들이 90년대들어
매년 평균 3백t의 금을 팔아 왔다"며 "금값이 수년내 1백~1백50달러선으로
떨어질 것"이란 극단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선진국 중앙은행 등이 금매각에 열을 올리는 것은 국제금융체제가 자유
변동환율체제로 이행되면서 외환위기에 대비한 중앙은행 등의 금보유는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달러 엔화 등은 이자수입을 낳지만 금은 그렇지
못한 점도서 매력이 떨어진 요인이다.

시세가 급락하자 금을 많이 보유하거나 생산하는 국가들과 관련 업체들은
IMF와 일부 선진국들의 금매각 추진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세계금협회(WGC)"는 "IMF는 금매각으로 연간 1억1천만달러의 이자수입을
올리겠지만 가나 등 36개국은 가격하락으로 연간 1억5천만달러의 수출손실을
보게 된다"며 금매각 계획의 백지화를 요구했다.

캐나다의 관련기업들도 최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에게 편지를 보내
영국이 헷지펀드 등 선물거래업자들을 위해 금값을 고의로 하락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이날 6개 금광이 광부 해고에 나서 1만2천여명의
광부들이 실직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가격하락의 여파로 IMF의 금매각 계획은 미국 의회의 반대에 부딪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은 7일 금생산 지역인 서부출신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로 IMF의
금판매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IMF의 금 방출은 가격폭락 등 시장교란을 야기시키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IMF는 미 의회로부터 승인을 얻어내지 못할 경우 금을 매각할 수없다다.

금매각이 실행되려면 IMF 이사회의 85%의 동의를 얻어야 하나 미국이
이사회 의결권의 17%를 확보하고 있어 매각 방침이 백지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 방형국 기자 bigjo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