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통합법안의 국회처리를 앞두고 통합을 촉구하는 농협과 반대하는
축협이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눈치보기로 일관, 농축협통합법안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농협이 주축이 돼있는 협동조합개혁추진 범농업인 시민연대(협개연)는
9일 오전 11시30분부터 서울 여의도 63빌딩앞 한강둔치에서 6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협동조합 통합촉구 전국 농민결의대회"를 가졌다.

협개연은 이날 오후 행사를 마치고 여의도 공원까지 가두행진을 벌이는
등 세를 과시했다.

통합법안에 반대하며 단식농성중인 축협중앙회 노조(위원장 김정수)와
전국축협 노조(위원장 김의열)는 오는 13~14일 이틀간 축협 신용사업장(금융
점포)을 제외한 전 사업장이 시한부 파업에 돌입한다고 이날 선언했다.

이들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협동조합 통합법안이 통과될 경우 오는
20일부터 전국의 사업장이 무기한 전면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농협의 주장=농협은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이후 최대의 위기에 빠진
농촌과 농민을 구하기 위해선 협동조합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창구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위해선 농협과 축협 등으로 나뉘어 비대화된 농민조직을 통페합,
중복되는 사업을 정리하고 일선 조합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농협은 "본래 하나이던 농축협이 다시 뭉치는 것은 구조조정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라며 "통합법안에 반대하는 정당과 국회의원에 대해선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축협의 반발 =축협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협동조합 통합법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농.축협을 통합해 축산인을 농민의 하나로 전락시킬 경우 가뜩이나
취약해진 축산업이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자조단체인 협동조합을 관제화시키는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축협은 정부계획에 동의한 박순용 전 중앙회장을 지난달 중순 조합장
총회에서 사퇴시키기도 했다.

축협은 9일 오후 2시 조합장 총회를 열어 새 회장을 선출,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했다.

축협은 단식투쟁 등을 통해 법안을 저지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 움츠리는 정치권 =협동조합 통합법안은 이날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에
정식 상정되지도 못했다.

''뜨거운 감자''를 일단 피하자고 여야 의원들이 합의한 때문이다.

각 당의 입장은 정리돼 있지만 농.축산인들의 "표"를 의식, 국회의원들이
개인적인 의사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농협은 일단 통합원칙에 동의하는 국민회의 자민련등 정부 여당의 지원을
업고있다.

최근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국무총리도 협동조합 통합법안 통과에 대해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한 바 있다.

그러나 자민련 관계자는 "축협의 입김이 강한 대전.충남지역 의원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축협은 야당인 한나라당을 원군으로 확보하고 있는 양상이다.

축협은 노조와 조합장들의 3일째 단식투쟁도 한나라당 당사에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 농림해양수산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법안의 상정 자체를 반대키로
하는 한편 법인 심의를 최대한 미루기로 했다.

< 강창동 기자 cd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