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사설] (10일자) 삼성차 처리 가닥은 잡았지만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정부가 삼성생명의 상장을 통해 삼성자동차 문제를 처리하기로 한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이라 하겠다.

    4조3천억원이라는 막대한 부채를 해결할 수 있는 묘수가 달리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 사회적 파장이 어마어마한 삼성자동차의 처리방안을 두부모
    자르듯 명쾌하게 내놓기는 힘든 일이다.

    수많은 제약 속에서 그나마 일단 큰 줄거리를 정했으므로 정부는 더 이상
    오락가락하지 말고 이 원칙을 지켜나가기 바란다.

    정치권도 더 이상 팥놔라콩놔라 식의 훈수는 삼가는 것이 낫겠다.

    금융감독원과 채권단 및 삼성에 맡겨놓아야 한다.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권의 의견은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꼬이게 만들기 십상이다.

    이런 점에서 침묵을 지키던 부산의 일부 시민단체와 사회단체들이 지금까지
    의 "삼성차 살리기 운동"을 "정치인을 끌어들이고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잘못이 있었다"고 비판하고 "경제의 구조조정과 중복과잉 투자의 해소라는
    경제논리에 따라 처리하라"고 촉구하고 나선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정부는 삼성생명의 상장으로 얻게 되는 자산이익을 주주와 가입자에게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방안을 빨리 정해야 한다.

    10여년을 끌어온 문제이므로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대표들이 참석하는
    공청회를 열면 비록 논쟁이 치열하다 해도 공통분모를 찾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대다수가 동의하는 방안을 마련하면 상장에 따른 특혜 시비는 의외로 쉽게
    가라앉을 수 있다.

    큰 원칙이 정해지긴 했지만 만사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예컨대 추가부담을 삼성의 계열사가 떠안을 경우 소액주주의 반발을
    무마하는 방안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부산공장의 처리나 부산경제의 회생방안 등에서도 수많은 난제들과 부닥칠
    것이다.

    돌릴수록 손실이 커지는 공장을 계속 가동하자는 주장도 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모두 경제논리에 따라 냉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이번 삼성차 처리방침에 따라 주주의 유한책임을 근거로 하는 주식회사
    제도의 근간은 완전히 무너졌다.

    그러나 어떤 이유이건 대주주의 사재(사재)출연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절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삼성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긴 은행들도 반성해야 한다.

    은행의 잘못이 없어서가 아니라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것을 우려해
    삼성에게 떠넘겼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삼성생명의 주식이동에 대해 일각에서 주장하는 상속세나 증여세 문제는
    세법과 세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면 된다.

    국민정서에 휘둘릴 일이 아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0일자 ).

    ADVERTISEMENT

    1. 1

      [한경에세이] 운동이라는 약

      “운동은 좀 하세요?”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다. 대답은 대개 비슷하다. “매일 한 시간씩 걷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좋습니다.”그때까지 운동은 그런 것이었다. 하면 좋은 거고, 안 해도 치료는 진행했다. 대화는 늘 “꾸준히 하세요”라는 말로 마무리되곤 했다. 권유는 있었지만, 관리되지 않았다. 즉, 운동은 약이 아니었다. 약이란 정해진 용량이 있고, 부작용을 관리하며, 효과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내 생각이 바뀐 건,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접하면서였다. 수술과 항암 치료를 마친 뒤, 일정 수준의 운동을 3년간 꾸준히 이어간 사람들에게서 재발률과 사망률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했는지, 근력 운동을 했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걷기나 실내 자전거처럼 숨이 조금 찰 정도의 운동만으로도 충분했다. 더 놀라운 건, 이 효과가 체중 감량과는 무관했다는 점이다. 꾸준히 반복되는 신체 활동 자체가 치료 효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 연구를 읽고 난 후 나는 운동을 달리 보게 되었다. 이제 운동은 약을 처방하듯이 관리해야 하는 치료 방법의 하나가 되었다. 더 이상은 “알아서 하세요”로 넘길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운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자, 진료의 범위도 함께 넓어졌다. 병원 안에서 시작되고 끝났던 암 치료가 이제 병원 밖 일상까지 이어졌다. 운동은 환자에게만 맡겨둘 일이 아니었다. 운동도 항암제처럼 설명하고, 계획을 세워야 할 치료법이 되었다.실제로 연구에서도, 단순히 “운동하세요”라고 말만 전한 경우보다 의료진이 함께 목표를 세우고 코치한 경우에

    2. 2

      [기고] 쿠팡 사태, 강경함보다는 균형서 해법 찾아야

      최근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둘러싼 논란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이용자가 많은 기업이 개인정보 보호라는 기본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사와 제재는 불가피하다. 이를 소홀히 한 책임은 분명히 물어야 한다.그런 점에서 규제 당국이 관련 법과 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오히려 철저한 조사와 제도적 보완은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논점은 ‘조치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어디까지 하느냐’에 있다. 법 집행의 정당성만큼이나, 그 집행이 어떤 맥락에서 읽히는지도 중요하다.최근 이 사안이 한미 고위급 외교 무대에서까지 언급됐다는 사실은 가볍게 볼 대목이 아니다. 더구나 현재 미국의 통상 정책은 정책 일관성보다 메시지의 즉시성과 정치적 판단이 더 크게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관세율이 단기간에 급변하고, 정치적 판단이 시장과 동맹국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칫 작아 보이는 사안 하나가 통상 압박이나 외교적 쟁점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특정 기업의 사고가 단순한 개별 사건으로만 취급돼도 문제지만 반대로 이것이 곧바로 외교·통상 이슈로 확대 해석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프레임이 섞이는 순간, 사안의 본질은 흐려지고 파장은 불필요하게 커진다. 전쟁은 대개 사소한 사건에서 시작된다. 특히 상대가 예측하기 어려운 전략을 구사하는 상황이라면, 대응은 더욱 냉정하고 절제돼야 한다. 지금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어온 경제·통상 기조가 흔들려선 안 된다. 그래서

    3. 3

      [김수언 칼럼] AI 시대, 의원·관료 자리는 안전한가

      새로운 제도는 다양한 형태로 사회·경제 변화를 초래한다. 규제 정책이건 진흥 정책이건 경제 주체인 사회 구성원은 새로 만들어지거나 바뀐 제도에 적응하고 대응하는 방식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현금 거래 대신 카드 결제 관행이 정착한 계기는 정부가 1999년 자영업 과표 양성화를 위해 도입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였다. 신용카드를 쓰면 세금을 덜 낼 수 있게 되자 소비자들이 즉각 반응했다.이처럼 정부 정책으로 표출되는 제도는 경제 주체의 행동 변화에 이어 시장 규칙과 관행을 바꾸고, 나아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정책에 따라 효과가 단기로 끝나느냐, 아니면 장기적인 사회 변화로 이어지느냐의 차이는 있다.애덤 스미스 이후 고전경제학은 시장을 이기적인 인간 본능에서 비롯된 자연 질서의 총합으로 여겼다. 시장 불완전성을 이유로 적극적 정부 개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근간은 인간 이기심과 시장 경쟁이다. 이를 통해 자원 배분이 효율화되고 국가의 부가 증가한다.그렇기에 경제 주체의 행동과 시장 규칙을 바꾸는 제도 도입이나 개편은 당연히 신중해야 한다. 첨단산업 연구까지 제약하는 주 52시간 근무제, 과도한 실손의료보험이 초래한 필수·응급의료 체계 붕괴 등에서 보듯 장기적으로 돌이키기 힘든 경제적·사회적 부작용을 부른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2012년 골목 상권 보호를 위해 도입한 유통산업발전법이 대형마트의 심야 영업을 금지하면서 역으로 공룡 유통사 쿠팡을 키우는 결과를 낳은 것도 사실이다. 형사사법 체계를 뿌리째 뒤바꿀 검찰 개혁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