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엔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선 뭣이든 들어줄 것 같았던 한국인들이
형편이 조금 나아지자 벌서 마음을 바꾸고 있다"

한국 투자환경에 대한 외국투자자들의 불만이 최근 부쩍 높아졌다.

작년까진 한국의 변신노력에 비교적 후한 점수를 주던 외국언론의 시각도
달라졌다.

진로쿠어스와 한보철강 입찰,한국가스공사와 SK텔레콤 증자등을 둘러싸고
잡음이 잇따라 터지자 부정적인 이미지가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자동차 문제도 "제2의 기아"형국으로 치닫고 있어 대외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있다.

정부의 투자유치정책도 총론만 요란할 뿐 실제 집행단계에선 부처간
의견대립 등으로 혼선을 빚고 있다.

<>정상외교를 뒷받침 못하는 국내현실= 지난 3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에게 "미국기업과 한국기업의
전략적인 제휴를 촉진하고 개방의지가 후퇴하지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것"
이라고 다짐했다.

김 대통령은 작년 6월 클린턴 대통령을 만났을 때 같은 얘기를 하면서
"투자협정"을 제안,즉석 동의를 받아냈다.

당시 한국측은 "일사천리"식으로 투자협정을 추진할 것같은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스크린쿼터제 (국산영화의무상영제) 폐지"
문제가 불거지는 바람에 1년이 지나도록 협상의 돌파구가 열리지 않고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정부는 개방충격을 돌파할 정치적인 결단력도 없이 너무
서두는 바람에 미국측에 "실없다"는 인상만 준 꼴이 됐다.

김 대통령이 클린턴 대통령에게 외자유치와 개방의지를 재차 다짐한지
불과 3일 후 진로쿠어스맥주 입찰에 참여했던 참여했던 미국 쿠어스 맥주는
"입찰과정에서 입찰관리측의 부적절한 처사로 인해 한국에 투자할 기회를
놓혀버릴 위기에 놓였다"고 공식 항의했다.

이 회사는 "미국 정부와 의회를 통해 한국정부에 공식 항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난번 진로쿠어스맥주 인수자를 선정하는 입찰에서 입찰관리측은 몇
시간 사이에 두차례나 입장을 번복, 투명성을 의심 받고 "국제입찰 하나
깔끔하게 처리 못하는 촌스러운 나라"라는 망신을 자초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내부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 것도 문제다.

투자유치를 위한 "원스톱 행정서비스"체제는 생색용 구호로 끝난지 오래고
작년엔 부처마다 경쟁적으로 열었던 "주한외국기업인 초정미팅"이나
"세미나"도 올들어선 거의 자취를 감췄다.

올연초 모토로라가 파주 반도체공장을 대만에 팔아넘기고 철수키로했고
최근 바이엘이 28년간 가동해온 한국공장의 문을 닫기로 결정했지만 정부
어느 부처도 언급조차않는다.

주한 유럽기업의 한 임원은 "만약 유럽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철수결정을 번복하기위해 총리가 직접 나섰을 것"이라면서 "한국정부의
무반응에 놀랐다"고 말했다.

<>비판적인 해외시각=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지는 지난3일 "한국의
일부 관료와 경영자들은 외국인투자를 내심 꺼리는 것 같다"는 템플턴투신운
용 제임스 루니 사장의 말을 인용 보도하면서 한국가스공사가 영국의
브리티시 가스 등과 지분매각협상을 철회하고 증자를 연말로 미룬 것을
예로 들었다.

대한생명도 부채규모가 큰데다 매각조건이 까다로워 외국인투자가
지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한국기업들이 자금압박에서 벗어나자 매물 가격을 터무니없는 높여
부르고 있다"는 컨설턴트 피터 바르돌로뮤 씨의 비판을 소개하면서 외국인의
부동산투자규제를 풀으나마나라고 지적했다.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지는 7일자에서도 "개혁이 표류하면서 장기간
끌어온 은행매각이 또다시 미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주에 발행된 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도 "외국인투자자에게 좋은
투자대상이었던 SK텔레콤의 증자계획이 외국인투자자들에게 불리해 국제적인
분쟁에 휘말릴 조짐이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이 주간지는 외국인지분한도가 49%로 확대되기 전날인 6월30일을 기준일로
삼아 외국인투자자들에게 불리하다고 소개했다.

<>아득히 먼 글로벌스탠다드=외국언론들은 한국의 비즈니스문화나 관행도
여전히 세계화추세와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하고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밤늦게 의식불명이 되도록 술을 마시며 결속을 다지는
가라오케 사교를 비롯해 족벌소유체제, 계급적 조직, 이중장부등 한국기업
특유의 문화와 조직체계가 외국인에게 매우 이질적인 골칫거리"라고
힐난했다.

또 지난해 볼보가 삼성의 건설장비를 인수한 이후 경영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도록 했으나 이 정보가 경쟁사에 누출돼 경영진이
당황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주한 유럽연합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한국기업과 50대 50 합작이면
경영권행사는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므로 반드시 51%를 확보해야한다"는
일부 외국기업인들의 인식이 외환위기이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않았다고
전했다.

이동우 기자 leed@ 김성택 기자 leed@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