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는 그동안 경기과열론이 제기될 때마다 "작년의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술적 반등일 뿐"이라고 치부해왔다.

그러나 2.4분기 경제성장율이 10% 안팎으로 추정되자 내심 긴장하는 모습
이다.

경기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 물가상승과 경상수지 흑자폭의
축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재경부는 이같은 고속성장이 올해보다는 "내년 이후의" 물가와 경상
수지 관리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기술적 반등의 수준은 이미 넘어섰다 =2분기의 경제성장률은 기술적
반등의 수준을 넘어섰다는게 재경부의 인식이다.

10% 안팎의 성장은 "반도체 호황"의 절정기였던 95년 2,3분기(각 9.8%)이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계수만 비교해봐도 작년 2분기의 마이너스 7.2%보다 폭이 크다.

외환위기 이전수준을 회복하고도 남는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성장속도가 잠재성장력을 벗어나지 않는지를 보다 신중
하게 따져봐야 할 상황이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잠재성장율이 6-7%로 추정됐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으로 인해 국내 공급능력이 상당히 축소됐기
때문에 현재는 2-3%로 낮아졌다.(한국은행 추정)

약간의 수요초과만 발생해도 즉각 물가상승과 수입급증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 인플레는 안심, 경상수지는 불안 =정부는 최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물가상승률은 2%이내, 경상수지 흑자는 2백억달러를 각각
목표로 세웠다.

이중 물가상승율은 2분기의 고속성장에도 불구하고 목표달성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제 원자재가격 하락과 원화절상에 따라 수입물가가 안정세를 유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에서도 고실업에 따른 임금안정과 저금리가 물가안정을 받쳐주고
있다.

덕분에 상반기중의 물가상승율은 사상처음 0%에 머물렀다.

하반기에 다소 오름세를 보이더라도 연평균 상승율은 1%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게 한국은행의 전망이다.

이에비해 경상수지쪽은 점점 모양이 안좋아지고 있다.

경기회복에 따라 원자재 등을 중심으로 수입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올들어 지난 5일까지의 수입액은 5백58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6%
가 증가했다.

특히 5월에는 25%, 6월에는 31.8% 등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재경부는 최근 설비투자가 살아나고 있어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올해 목표인 2백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가 달성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원화가 계속 절상압력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경상수지 흑자가
무조건 많아야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 또다시 있을지도 모를 핫머니의 급속한 이탈에 대비하려면
올해 2백억달러 정도의 흑자가 필요하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정부가 진짜로 우려하는 부분은 내년 이후의
경제운용이다.

"작년과 올해 기업들의 투자가 크게 줄었기 때문에 내년에는 공급에 보틀넥
(병목)이 존재할 수 있다"(재경부 조원동 정책조정심의관)는 분석이다.

특히 내년에는 총선거라는 정치일정이 잡혀 있어 경제의 안정기조에 위협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물론 경제팀은 "정치논리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삼성자동차의 처리에서 보듯 그같은 의지의 실천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더구나 경제논리상으로도 중산층의 붕괴를 방치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어서
거시경제의 운용은 더욱 많은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최근의 고속성장이 구조조정 속도를 늦추게 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경제주체들의 긴장감이 풀려 구조조정에 대한 저항감이 커질 것으로 예상
되기 때문이다.

공기업 개혁 등의 분야에서는 이미 그런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하반기에는 거시경제의 안정화와 구조개혁의 마무리에 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는게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