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현대문학 대표작가인 알베르토 베빌라콰(65)가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됐다.

95년 보카치오문학상을 받은 그의 장편 "에로스"(현준만 역, 미래M&B)가
번역돼 나온 것.

이 작품은 이탈리아에서 출간된 직후 "데카메론"의 맥을 잇는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베빌라콰는 문학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인기 작가.

시인겸 영화감독으로 전방위 예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고교 때부터 시를 쓴 그는 영화감독 베르톨루치의 아버지에게 추천돼 문단에
나왔다.

시집 "사라진 우정"(1961) "영상과 유사"(1982) "나에게 보내는 행복의
편지"(1995)등을 냈고 파르마 교회의 공장지대를 배경으로 한 장편
"라 칼리파"로 국제적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그 후 캄피엘로상과 스트레가상, 방카렐라상 등을 휩쓸며 유럽문단의
제3세대 기수로 자리를 굳혔다.

"에로스"는 서른 아홉가지의 이야기를 통해 성의 본질을 탐색한 작품이다.

작가의 고향인 전원도시 파르마와 로마를 배경으로 그곳 사람들의 성에 대한
관념과 풍속도를 진지하게 그렸다.

"첫경험"은 열네살 때 여자를 처음 접한 소년의 얘기다.

그 지방에서 가장 멋진 성기를 가졌다는 여자와 밤을 보내고 돌아온 그에게
어머니는 바지를 벗기고 비누로 씻긴 뒤 병 속에 든 약을 뿌려준다.

이것은 질책과 위협이 아니라 위대한 모성애가 한 이간의 내면을 성숙시킨
예다.

어릴 때 한 남자에게 유린당하고 복수에 집착하다 심장마비로 죽어가는
남자를 구하는 "장미", 밤마다 남녀의 성교 장면을 보려고 테베레 강을
헤매는 "욕망"도 흥미롭다.

에로스는 그리스 신화 가운데 가장 어린 사랑의 신.

수천년 동안 육체적 열정의 상징이었다.

작가는 "그러나 현대로 넘어오면서 천박한 에로티시즘과 포르노의 영역으로
추락해버렸다"며 남성과 여성의 합일, 정신과 육체의 조화를 통해 진정한
에로스의 의미를 되살린다.

그는 에로스야말로 "친숙한 대화를 나누듯 사랑하는 연인의 몸을 어루만지는
일.

그로 인해 몸 속 깊이 감춰진 영혼을 깨우는 생명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