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예금을 받아 대출해준 비율인 예대율이 최근 사상 최저수준인 60%
대로 떨어졌다는 사실은 국내 금융환경이 얼마나 급변하고 있는지를 단적
으로 보여 준다.

자금초과수요가 만성적으로 지속되던 IMF 관리체제 이전의 금융환경은
더 이상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 경영은 환골탈태해야
할 것이다.

금융당국도 은행의 경영혁신을 적극 유도하고 지원해야 함은 물론이다.

예대율이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우선 자금수요자인 기업들의 설비투자 부진으로 자금수요가 적다는 점이
예대율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자금수요 감소가 반드시 경기침체 탓만은 아니다.

설사 경기가 회복돼 기업투자가 되살아난다 해도 직접금융의 활성화로
과거처럼 은행권을 통한 자금조달이 크게 늘어나기는 어렵다.

거액의 뭉칫돈이 증시로 몰리는 탈금융중개화 경향은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로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자금공급측인 은행들의 영업행태 변화도 예대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다.

신용위험이 작은 우량고객 중심으로 대출을 해주다보니 마땅한 대출처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부동산담보만 있으면 여신심사도 제대로 않고 마구잡이로 대출해 주던
과거의 영업방식을 지양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지나치게 소극적인
대출전략은 자칫 신용경색을 불러와 경제회복을 더디게 할 염려가 있다.

아울러 은행대출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과 서민들이 자칫 제도
금융권에서 소외되기 쉽다는 점도 문제다.

결국 금융환경의 급변에 우리 은행들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한 결과가
사상 최저수준의 예대율로 나타난 셈이다.

하지만 경제위기를 극복한 뒤에도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직접금융 확대로 대기업들의 자금수요 증가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은행들은 안정적인 수익기반인 우량 중소기업과 가계를 적극 발굴해내야
한다.

특히 전통적인 여.수신 상품 대신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같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다른 금융기관과의 차별화를 강화하는 동시에 업무제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세게화로 국내외 자본이동이 매우 빈번하고 빨라진 점을 감안해 자산건전성
을 높이고 위험관리를 강화하는 일도 시급하다.

금융당국은 경쟁촉진 및 건전성 감독은 강화하되 자율경영은 보장해 줘야
한다.

무엇보다 은행도 영리기업이라는 전제아래 예대마진 또는 금리수준 조정,
금융상품 신규개발 등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