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댕갤러리는 도심의 작은 오아시스다.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이 잠시나마 명상을 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청량한 쉼터다.

로댕의 걸작 "지옥의 문"과 "깔레의 시민"을 언제라도 볼 수 있는
흔치않은 공간이다.

로댕갤러리는 남대문과 태평로가 만나는 곳에 위치해 있다.

로댕의 두 걸작을 영구전시할 목적으로 지어졌다.

삼성생명빌딩 1층 앞쪽에 있는 이 건물은 상설전시실(글래스 파빌리온)
기획전시실 비디오실 등 세개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이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상설전시관이다.

이곳엔 "깔레의 시민"과 "지옥의 문"이 전시되고 있다.

로댕갤러리의 대표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건물 전체가 유리와 스틸 막대로만 엮어져 있어 거대한 도시 콘크리트
숲속에 박힌 투명한 수정처럼 보인다.

건물내.외부 디자인도 조각처럼 아름답다.

유리만을 사용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여기에 전시된 로댕의 두 작품은 당초 야외에 전시되도록 만든 조각들이다.

이 점을 감안,유리를 소재로 선택했다.

유리는 내외부 공간 소통성이 강하다.

따라서 건물 전체를 유리로 건물을 지을 경우 야외전시장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건물은 로댕작품을 담은 건물답게 설계컨셉트도 로댕의 "대성당"이란
작품에서 차용했다.

"대성당"은 두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양을 한 작품이다.

외형 구성요소들이 이 설계 개념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상설전시관의 외부를 감싸고 있는 세개의 완만한 곡선형 유리벽도
이 작품의 의미를 표현한 것이다.

입구쪽 외곽의 둥근 유리벽은 기도하는 손의 한쪽을 개념화한 것이다.

똑바로 서 있지 않고 외부를 향해 비스듬히 설계돼 있다.

기울어진 유리벽은 허공을 향한 강한 역동성을 드러낸다.

기도하는 손등부분을 형상화한 것이다.

시각적 구성미도 탁월하지만 난이도 높은 시공기술이 돋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둥근 외벽공간의 내부에는 "깔레의 시민"이 전시돼 있다.

이 작품은 환조형태의 조각이다.

사람들이 전후좌우로 돌아가면서 감상을 해야 한다.

"깔레의 시민"을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둥근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내.외부 공간이 낭비 없이 실질적으로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다.

안쪽 가장자리에는 "지옥의 문"이 전시돼 있다.

이 작품은 사각형의 부조다.

"지옥의 문" 뒤에는 조각품을 껴안듯 서 있는 직사각형의 유리벽체가
있다.

이 벽체는 "지옥의 문"과 한몸처럼 엮이면서 또 다른 둥근벽과 유연하게
연결된다.

로댕갤러리를 감싸는 외부의 모든 유리는 불투명한 우유빛이다.

그러나 "지옥의 문"이 놓여있는 부분의 천장은 투명 유리로 처리했다.

투명유리를 통해 쏟아지는 자연광은 "지옥의 문"이 하늘과 연결되어
솟아오르는 듯한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지옥의 문"앞에는 바닥공간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대리석 의자가
놓여 있다.

사람이 앉으면 의자가 되고,그렇지않으면 자체로도 작은 조형물이
된다.

바닥에서 자연스럽게 솟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깔레의 시민"이 전시된 부분은 불투명 유리로 처리해 햇빛을 걸러낸다.

천장높이도 낮다.

부드러운 공간감을 유지해 편안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건물의 외부 유리벽체는 이중벽체로 구성돼 있다.

안팎유리를 절묘하게 접속시켜 벽체로 쌓아올린 시공기술도 탁월하다.

유리벽체의 중간중간에는 투명유리를 박아놨다.

창문기능을 위해서다.

이 창문을 통해 거리 시민들은 내부에 들어오지 않고서도 로댕작품을
볼 수 있다.

로댕갤러리 상설전시관은 이렇듯 놓여진 작품에 따라 지붕.천장높이.벽체형
태와 기울기 등의 건축요소가 각기 다르다.

설계자는 이를 통해 공간의 이원화를 추구하고 있다.

"깔레의 시민"이 위치한 입구부분은 움직임이 강한 동적 공간이어야
하고,"지옥의 문"이 있는쪽은 정적 공간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상설전시관을 통과하면 기획전시실이 나온다.

"지옥문의 문"을 거쳐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했다.

기획전시실의 공간구성은 여느 미술전시관과 크게 다른 것은 없다.

하지만 기획전시실의 전면부를 투명유리벽으로 완전히 개방시킨
부분이 돋보인다.

이로인해 상설전시관과의 자연스런 연계성이 회복됐기 때문이다.

로댕미술관은 서울 말고도 코펜하겐 뉴욕 일본 런던 파리 등 세계
여러곳에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문을 연 서울의 로댕갤러리는 외국의 어느 갤러리
못지않은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

로댕갤러리는 태평로에 운집한 삼성건물을 서로 연계시키기 위해
지어진 건물이다.

중앙산업개발빌딩에서 시작해 삼성본관,삼성생명빌딩을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건물밖의 거리도 스테인리스스틸 기둥과 투명한 유리패널을 주축으로
한 조형요소를 산뜻하게 배치해 새롭게 단장했다.

로댕갤러리는 이 거리의 한곳에 둥근 형태로 율동하듯 서있다.

갤러리 자체가 또 하나의 조각품이다.

밤이면 더욱 찬란한 빛을 발한다.

혼탁한 도시거리와 도시인의 심신을 어루만지는 작은 등불이 된다.

박영신 기자 yspark@

[ 건축명세 ]

<> 설계 :기본설계 KPF(미국),실시설계 삼우설계
<> 시공 :삼성물산,동신유리
<>규모 :연면적 5백평,지하1층 지하1층,상설전시장 1백51평,기획전시실
1백83평,기타(비디오실)1백66평
<> 위치 :서울시 중구 태평로2가 150
<> 공사기간 :96년10월~98년3월
<> 구조설계 :오브 애럽 앤 파트너,요셉 가트너
<> 건축주 :삼성문화재단
<> 내외부 마감 :유리,석재,스테인리스스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