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동차는 김대중 대통령 개혁의지의 시험대"라고 12일자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적했다.

삼성차 처리가 개혁의 시험대라면 부산경제활성화는 정책의 시험대라고
부를 만하다.

일할 만한 사람 10명중 한 명이 놀고 있을 정도로 침체된 부산경제를 살리는
묘안을 찾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얘기다.

삼성자동차 처리와 관련한 부산지역의 반발이 확산되자 정부는 부산경제
활성화대책을 불과 며칠만에 뚝딱 내놓았다.

부산을 세계적인 신발산업의 "메카"로 키우고 첨단정보산업의 발전기반을
구축한다는 "원대한 구상"이다.

그러나 부산지역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부산신항의 전체 사업규모를 줄여 1단계를 조기 완공한다는 것은 이미
부산에서 발표한 사항이고 신발전용단지 조성과 조선기자재 산업지원문제도
이미 정부가 지원을 약속했거나 협의가 진행중인 사항이라는 주장이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들은 이에대해 "삼성전자 공장이전을 둘러싸고 수원과
광주에서 반발하는 것을 보면 알수 있듯이 다른 지역과 형평을 어겨가면서
까지 특혜를 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기존 대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좀더 강도를 높이고 일정을 앞당기는
순리를 택했다는 것이다.

"부산지역사람들이 반길만한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는 것은 경제적인 논리가
아니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정책의 핵심은 신뢰다.

이미 나왔던 얘기들을 모두 늘어놓고서 새로운 종합대책인 양 발표하는
것은 정부스스로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기만 할 뿐이다.

불과 수십억원을 들여 첨단정보산업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발표를 누가 과연
믿을 것인가.

더욱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내놓는
대책이라면 더욱 신중하고 조심스러웠어야 했다.

물론 부산시민들도 삼성차문제를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다수의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삼성자동차 처리에 정치적인 논리를 적용해서는 문제를 해결할수 없다는
현실을 수용하는게 바람직하다.

삼성의 자동차진출과 부산공장유치에 정치적인 힘이 활용됐었다는 점을
다시 되돌이켜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한국이 경제위기에 빠진 직후 세계은행의 조셉 스티글리츠 부총재는 "한국의
위기는 신뢰의 위기"라고 정의했다.

위기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지금 정부와 국민간의 신뢰가 더욱 중요하다.

특히 정부부터 정책을 포장하는데 힘을 쏟기에 앞서 신뢰받을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 김성택 경제부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