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인 < 금호산업 사장 hishin@swan.kumho.co.kr >

과거의 역사 가운데 부끄러운 것 중의 하나로 당쟁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상에 상복을 입는 기간을 두고, 나와 주장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편을 가르고 급기야는 당파의 우두머리가 사는 곳에 따라 동서남북을 갈라
서로를 비방하고 헐뜯게 됐다.

그 후유증인지는 모르겠으나 현재에 이르러서도 지역감정이라는 구태의연한
단어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기업체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직이 커지면 부문간 이기주의와 관료화라는 병폐가 생겨난다.

그 결과 의사결정은 부지하세월이고 책임전가에 급급하다 보니 조직이 경직
돼 상호 유기적인 협조가 이뤄지지 못한다.

이와 같은 병폐나 당쟁은 토론을 전혀 하지 않거나 토론방식이 잘못된 데에
원인이 있다.

토론을 하다 보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진지한 논의나 대화보다는 비난과
아집만 내세우는 등 자칫하면 비효율적인 토론으로 흐르기 쉽다.

생산적인 토론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기본사항이 있다.

서로 마음을 터놓고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자신의 주장을 얘기할 수 있도록 동등한 위치가 주어져야 하고, 무엇보다
자기와 다른 생각을 수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단 합의점에 도달하면 깨끗하게 승복해야 한다.

필자의 회사에서는 상하종횡의 의견소통이 원활하여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GE의 워크아웃(Work-Out)을 벤치마킹해 비전플라자
(Vision Plaza)를 시행중이다.

비전플라자에 오면 회사의 비전을 어떻게 달성하며 문제점은 무엇인가에
대해 상하간의 격의 없는 토론이 이뤄진다.

그 결과 기대보다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의사결정이 빨라지고 부문간을 가로막는 벽이 허물어 지고 있다.

특히 공정개선과 품질관리, 표준화에는 탁월한 성과가 나오고 있고 무엇
보다도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나고 있다.

전 종업원이 공유하는 비전이 자연스레 형성되는 셈이다.

이러한 토론문화의 혁신이 기업 구조조정과 생존의 철학으로 자리잡고
나아가서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초석이 되도록 온 국민에게 전파되었으면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