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슈토프 키에슬롭스키.

폴란드가 배출한 최고의 명감독 키에슬롭스키(1941-96)는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거장으로도 첫손에 꼽힌다.

"블루" "화이트" "레드"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등 불세출의 명작을 남기고
96년 세상을 뜬후에도 "키에슬롭스키 추종자"의 수는 여전히 팽창하고
있다.

데뷔초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키에슬롭스키를 세계 영화계의 중심에
우뚝 세운 작품은 88년 10부작 TV시리즈물로 제작된 "십계(Dekalog-10)"다.

십계는 성경에 나오는 십계명을 모티브로 했지만 종교적 계율을 가르치려
들지는 않는다.

크리스마스를 홀로 보내기 싫어 옛 애인을 불러내는 한 여자, 자기 아버지가
의붓아버지임을 알고 그를 유혹하는 딸, 성불구가 돼버린 중년남자...

각각의 이야기마다 부조리한 현실과 뒤틀린 인간 군상, 그리고 그에 대한
끝없는 연민을 섬세하고 절묘한 터치로 그려냈다.

십계는 철저히 이미지 중심이었던 기존의 영화 스타일대신 주제를 담담히
관찰하며 담아냈다.

이후 세계 영화계엔 그 문법을 모방한 작품이 줄줄이 이어졌다.

EBS는 여름특선으로 17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 35분 키에슬롭스키의
"십계"를 2편씩 묶어 5주간 특집방송한다.

국내TV에선 처음 선보이는 만큼 벌써부터 키에슬롭스키 마니아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17일 방송될 첫번째 이야기는 "나이외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죽음을 비웃던 아버지가 아들을 잃고 처절히 고통받는 이야기다.

두번째 이야기는 "신의 이름을 헛되이 부르지 말라".

죽음 직전까지 이르렀던 환자가 살아나 아내가(자기 자식이 아닌) 아기를
낳는다며 기뻐한다.

이어 24일에는 "안식일을 지켜라" "부모를 공경하라"가, 31일에는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가 방송된다.

다음달 7일에는 "도둑질하지 말라"와 "거짓증거하지 말라"가, 마지막
14일에는 "남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와 "남의 물건을 탐하지 말라"가
방송된다.

이중 "살인하지..."와 "간음하지..."의 두가지 에피소드는 각각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과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이란 장편영화로 옮겨져 칸
국제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기도 했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