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경제권이 크게 흔들리면서 위기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르헨티나 경제가 기우뚱 거리자 남미 주요국가들의 주가와 통화가치도
급락세로 치닫고 있다.

12일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증시에서 머벌지수는 453.86으로
전날대비 8.7%나 폭락했다.

이 여파로 브라질의 보베스파지수와 멕시코의 IPC지수도 각각 2%씩 급락하는
등 남미 증시가 크게 휘청거렸다.

증시 뿐 아니라 통화가치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브라질의 레알화는 이날 달러당 1.8245레알로 1.4%가 하락했고 멕시코
페소화도 0.9% 떨어졌다.

중남미 경제가 급류에 휘말리게 된 것은 아르헨티나의 외채상환 부담과
대규모 재정적자로 경제위기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는 10월24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극심한 정치혼란을
겪고 있는 점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주 여당(페론당)대선후보인 에두아르도 두할데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1년간 외채에 대해 모라토리움(지불유예)을 선언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면서 남미경제가 순식간에 혼미상태로 빠져들었다.

3월현재 아르헨티나의 총외채는 1천1백35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35%에
육박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의 재정수지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수입감소와 경기위축으로 세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재정적자가 5월까지
28억5천만페소에 달했다.

IMF의 목표치인 51억페소에 비해 절반을 훨씬 넘는 수준이다.

지난 상반기 세수 현황은 이를 잘 보여준다.

브라질의 통화위기 여파로 경기가 극심한 침체국면에 빠져들면서 올 6월까지
세수는 작년해 보다 8.2%나 줄어들었다.

게다가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도 마이너스 1.5%에 머물 것으로 전망(IMF)되고
있어 재정적자 축소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의료기금(PAMI)도 파탄상태에 직면해 정부의 재정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는 당장 2억2천만달러를 채워넣어야 할 처지다.

로크 페르난데즈 경제장관은 기금 부족분을 정부재정으로 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 때문에 정부가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대선정국이 극심한 혼란상태에 빠져들고 있는 것도 아르헨티나 경제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다.

야당 대선후보인 데라루아는 심각한 재정적자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페소화의
평가절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 증시를 뒤흔들었다.

세수증대를 위해 자동차 선박 항공기에 대한 간접세를 1%에서 1.5%로
인상하려던 계획도 운송업자들의 항의시위로 무산되는 등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경제정책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아르헨티나 경제가 비틀거리자 외국인투자자들도 발을 빼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의 인플레 우려 등으로 채권가격이 하락세를 타면서 남미에
투자했던 국제투자자금이 미국 채권시장으로 이동하고 있어 남미경제의
앞날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뱅크보스톤의 남미경제연구소장인 이안 캠벨은 "아르헨티나 경제상황이
암울한 것만은 아니다"고 지적하면서도 "외채나 재정적자등 산적한 경제현안
이 아르헨티나 뿐아니라 남미경제 전체를 수렁에 빠뜨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 박영태 기자 p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