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의 존폐 여부를 놓고 국책연구기관간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부산공장을 없애야 한다는 논리를 개진하자
산업연구원(KIET)은 공장을 존속시켜야 한다며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KDI 법경제팀 남일총 연구위원의 주장은 철저한 시장경제원리를 바탕에
깔고 있다.

남 연구위원은 "삼성차 부산공장은 가동할수록 손해인 만큼 그 설비를 구입
하려는 업체들이 국내외에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제입찰에 부치되
제3자에 매각하는 비용이 스크랩하는 비용보다 더 든다면 공장 자체를 청산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제3자에게 공장을 넘기면서 특혜조치가 뒤따라 국민에게 부담이 오게 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KIET는 자동차 산업의 장기 수급 전망을 내세우고 있다.

오규창 수석연구원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생산능력이 부산공장을 포함해도
3백60만대에 불과하다"며 "수출을 포함한 판매가 매년 13%의 증가율을 보여
2003년이면 3백57만대를 생산해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이면 모든 공장이 풀가동될 것이라는 얘기다.

보고서는 이미 투자된 고정설비는 함몰비용(SUNK COST)에 해당되므로
SM5가 아닌 경쟁력 있는 차종을 투입한다면 수익면에서도 승산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업계와 학계는 두 기관의 입장이 모두 성급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KDI의 주장에 대해서는 다른 차종을 투입할 경우의 설비교체비용이나 부품
업계의 설비보완 비용 등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작업 없이 "돌릴수록 적자가
나는 공장"으로 단순 평가했다는 오류를 지적하고 있다.

KIET에 대한 비판은 더 강하다.

보고서의 바탕이 된 국내 자동차 생산능력은 하루 8시간 2교대로 계산돼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루 10시간 2교대 근무를 할 경우 생산능력은 4백40만대.

설비효율을 따지면 2003년에도 80만대가 과잉이라는 얘기다.

이대창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장은 "사업성이나 손익에 대한 자세한 평가를
배제한채 단순한 수급전망만으로 삼성 부산공장의 존속을 주장한 것도 오류"
라고 지적했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