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형편이 조금 나아지자 한국인들의 마음과 자세가 벌써 달라지고 있다"

최근들어 외국인투자환경 등 한국경제에 대한 외국인들의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가 부쩍 높아지고있다.

작년까진 한국의 변신노력에 후한 점수를 주던 외국언론의 시각도 부정적
으로 바뀌고있다.

뉴욕타임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이코노미스트 등 해외언론들은 "경제가
회복조짐을 보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시장개방의지는 급속하게 약화되고
있고 개혁추진력도 의심스럽다"는 식으로 비판조의 기사를 경쟁적으로 싣고
있다.

진로쿠어스와 한보철강 입찰, 한국가스공사와 SK텔레콤 증자 등을 둘러싼
잇따른 잡음도 대외이미지를 손상시키고 있다.

특히 삼성자동차 문제는 "제2의 기아" 형국으로 치닫고 있어 대외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의 전문가들은 "올연초에 지금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추가 상향조정할 뜻을 비쳤던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나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관망자세로
돌아선 것 같다"고 걱정했다.

<> 경제부처 자세부터 1년전과는 대조적 =올 연초 미국 모토로라가 파주
공장을 대만에 팔아넘겼고 최근 독일 바이엘이 28년간 가동해온 한국공장
문을 닫기로 결정했지만 정부 어느 부처도 언급조차 않는다.

주한 영국기업의 한 임원은 "만약 유럽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철수결정
을 번복하기 위해 총리가 직접 나섰을 것"이라면서 "한국정부의 별무반응에
놀랐다"고 말했다.

투자유치를 위한 "원스톱 행정서비스"는 정책구호로 끝난지 오래다.

작년엔 비록 생생용이었지만 부처마다 경쟁적으로 "주한외국기업인 초정
미팅"이나 "세미나"를 열였지만 올들어선 그나마 시들해졌다.

올들어 경제가 위기국면에서 벗어나자 투자유치에 대한 경제부처들의
자세나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주한외국기업인들은 불평한다.

<> 비판적인 해외시각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 "삼성자동차 처리문제
가 김대중 대통령이 추구해온 개혁프로그램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면서
정치적인 해법이 삼성차 처리에 영향을 미치는데 대해 우려와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인터내셔널해럴드트리뷴지는 최근 "한국 관료와 일부 경영자들은 외국인
투자를 내심 꺼리는 것 같다"는 템플턴투신운용 제임스 루니 사장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가스공사가 영국의 브리티시 가스 등과 지분매각협상을
철회하고 증자를 연말로 미룬 것을 예로 들었다.

대한생명도 부채규모가 큰데 비추어 매각조건이 까다로워 외국인투자를
기대하기가 지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기업들이 주가상승 등으로 자금압박이 덜해지자 공장 등 매물의
가격을 터무니없는 높여 부르고 있다"는 컨설턴트 피터 바르돌로뮤씨의
비판을 소개하면서 외국인부동산투자규제 등을 풀으나마나라고 지적했다.

지난주에 발행된 비즈니스위크도 "국인투자자들이 고대했던 SK텔레콤의
증자계획이 외국인투자자들에게 불리해 국제적인 분쟁에 휘말릴 조짐마저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 겉도는 정상외교 =국내 현실이 이렇식이다보니 대통령의 경제외교도
겉도는 인상을 상대국에 주게 마련이다.

지난 3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에게
"미국기업과 한국기업의 전략적인 제휴를 촉진하고 개방의지가 후퇴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런지 불과 3일 후인 지난 6일 진로쿠어스맥주 입찰에 참여했던 참여했던
미국 쿠어스 맥주는 "입찰과정에서 입찰관리측의 부적절한 처사로 인해
한국에 투자할 기회를 놓쳐 버릴 위기에 놓였다"고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지난번 진로쿠어스맥주 인수자를 선정하는 입찰에서 입찰관리측은 몇시간
사이에 두차례나 입장을 번복, 투명성을 의심 받고 "국제입찰 하나 깔끔하게
처리 못하는 촌스러운 나라"라는 망신을 자초한 것이 사실이다.

김 대통령은 작년 6월 클린턴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투자유치와 개방의지를
다짐하면서 "한.미투자협정"을 제안, 동의를 받아냈다.

당시 경제위기 한가운데 서 있던 한국은 이 협정을 "일사천리" 식으로
추진할 것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스크린쿼터제(국산영화의무상영제) 폐지"
문제등이 불거지는 바람에 1년이 넘도록 협상돌파구가 열리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정부는 개방갈등을 돌파할 정치적인 결단력도 없이 너무
서둔 꼴이 됐고 상대편에 "실없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 아득히 먼 글로벌스탠다드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은 "글로벌스탠다드"를
외치지만 비즈니스문화나 관행은 여전히 "세계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는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밤늦게 의식불명이 되도록 술을 마시며 결속을 다지는
가라오케 사교를 비롯해서 족벌소유체제, 계급적인 조직, 뒷거래 등 한국의
기업문화나 행태가 외국인에겐 적응하기 힘든 골칫거리"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볼보가 삼성의 건설장비를 인수한 이후 경영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도록 했으나 이 정보가 경쟁사에 누출돼 경영진이 당황
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주한 유럽연합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한국기업과 50대 50 합작이면 경영권
행사는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므로 반드시 51%를 확보해야 한다"는 일부
외국기업인들의 인식이 외환위기 이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 이동우 기자 leed@ 김성택 기자 lee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