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수요예측에 참여키 위해 10여개 증권사에 문의했더니
모른다는 답만 들었다"

"일반인에게 돌아가는 공모주가 많아졌다고 해서 잔뜩 기대했는데 이전보다
더 혼란스럽기만 하다"

최근 신문사 데스크에 걸려온 전화내용이다.

공모주청약에 대한 불만이 골자다.

물론 표현은 달랐다.

흥분한 사람도 있었고, 차근차근 따지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지만 결론은 한가지였다.

공모주청약절차를 선진국수준으로 고쳤다는데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다는
거였다.

쉽게 말해 고치지 않은 것만 못하다는 얘기였다.

맞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21일 수요예측제도 도입과 일반인에 대한 배정비율
확대를 골자로한 공모주청약제도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관계자들은 "미국식 제도를 도입한데다 일반인에게 돌아가는 공모주가
늘어나는 만큼 공모주제도가 진일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니올씨다"다.

진일보한 것은 커녕 이전보다 후퇴했다는 느낌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물론 금감원의 설명대로 아직 시행초기라서 혼란이 있을 수도 있다.

공개업무의 주간사를 맡고 있는 증권사나 투자자들이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지 못하다보니 우왕좌왕한다는 말도 그럴듯 하다.

실제 현대중공업의 주간사업무를 맡고 있는 굿모닝증권은 청약자격을
준다는 미끼로 무려 1천3백억원어치의 수익증권을 팔았으니 금감원의
지적이 영 틀린건 아니다.

그렇다고 금감원의 책임이 덜어질 수는 없다.

수요예측방법은 사실상 처음 시도되는 제도다.

그런만큼 나타날 수 있는 온갖 부작용을 면밀히 체크하고 예방책을
마련했어야 옳다.

금감원은 그러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그저 "선진국 제도"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주간사가 "신종 꺾기"를 하든
말든, 공모주 배정방식을 "엿장수 맘대로"로 정하든 말든 "나 몰라라"였다.

그 결과가 현재 나타나는 혼란이고, 투자자들의 극에 달한 불만이다.

금감원은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 최고의 권부요, 투자자보호의 보루다.

그런데도 최근 금감원은 이와 엇가는것 같다.

아무리 하찮더라도 투자자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5대 재벌의
금융산업지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 못지 않은 금감원의 책임이다.

< 하영춘 증권부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