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고대 문명에 누구보다 먼저 눈독을 들이고 있던 인물이 정복자
나폴레옹이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1798년 프랑스군 최고사령관으로 이집트 원정에 나선 29세의 그는 고고학.
지리학.건축학자, 시인 화가로 조직된 문명탐사대를 함께 이끌고 떠났다.

원정의 검은 속셈이 빤히 들여다 보이는 처사였다.

1799년7월15일 원정군 포병사령관 부샤르는 알렉산드리아시에서 동쪽으로
약 56km 떨어진 로제타에서 "인류가 두번째 밀레니엄기간에 거둔 최고의
고고학적 성과"로 꼽히는 "로제타석(Rosetta Stone)"을 발굴하는 행운을
얻었다.

높이 1.2m 너비 75cm 두께 28cm의 비석조각이다.

신전이나 왕의 기념물에 쓰던 신성문자(히에로그라피), 일반이 쓰던
민중문자(디모틱), 그리스문자가 차례로 음각돼 있다.

그러나 이 로제타석은 1801년 프랑스군이 나일강전투에서 영국군에게 패한뒤
몰수돼 지금은 대영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1802년 이 비석의 그리스어부문이 먼저 영국에서 해독됐다.

프톨레마이오스 5세의 송덕비로 BC196년에 작성됐다는 내용이 일단
밝혀졌다.

그러나 정작 상단의 신성문자는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1822년 프랑스의
샹폴리옹이 완전히 해독해 냈다.

한마디로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의 길을 열어 이집트학(Egyptology)을
탄생시킨 것이 로제타석이다.

로제타석발굴 2백주년을 맞아 대영박물관과 프랑스 샹폴리옹박물관에서는
각종 기념행사와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 2백주년이 되던 지난해 루브르박물관은 이집트관을
새로 단장하고 30개실로 늘려 5만5천여점의 이집트 유물을 전시했다.

연6백여만명에 이르는 대영박물관 관람객의 관심도 로제타석을 비롯한 알짜
이집트유물에 집중돼 있다.

로제타석축제 소식에 분개하는 이집트인들의 심경은 짐작되고도 남는다.

3만여점의 문화재가 일본에 있고 프랑스와도 외규장각도서 반환협상을
벌이고 있는 우리에겐 남의 일처럼만 들리지 않는 소식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