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객이 원하는 좋은 물건/서비스 관리가 핵심 ]

정해진 < 한국품질환경인정협회 전무 >

ISO의 기술위원회(TC176)가 9000 시리즈 규격을 제정할 때 논쟁을 거듭한
부분이 바로 "기본개념을 어디에 두느냐"였다.

이 논쟁은 좋은 물건을 사려는 고객(구매자)이 기업(공급자)에 어떤 품질
관리수준을 요구해야 할 것인가로 결론났다.

어떻게 좋은 물건과 서비스를 살 수 있을까.

이것을 정해놓은 것이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시스템 관리규격이다.

팔기 위한 규격이 아니라 사기 위한 규격이란 뜻이다.

품질관리는 양면적인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한 품질관리이며 다른 하나는 좋은 물건을
사기 위한 품질관리이다.

한국은 그동안 일본의 "좋은 물건 만들기 위한 품질관리"를 도입, 수출입국
을 이룩하는 데만 주력해 왔다.

이젠 고객에게 충분한 신뢰감을 주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업들이 좋은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조직을 관리하는 비법은
ISO 시스템 관리규격에 담겨 있다.

ISO 중앙사무국의 아이카 국장은 "ISO 시스템 관리규격은 종래 규격의
기능을 "물"로부터 "조직"으로 확대한 점에서 대혁명"이라고 강조했다.

신뢰감은 철저한 검사에서 나온다.

그러나 검사만으로는 확인될 수 없는 품질이 있다.

예를 들면 건물 외벽의 타일은 견고하게 붙여졌는지 검사하기가 어렵다.

이처럼 직접 확인이 어려운 작업절차도 공정규격으로 정하고 이행과정을
점검하는 것이 ISO의 시스템 관리규격이다.

ISO 인증 획득기업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잘 팔려는 목적으로 취득한 인증을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살 수 있는 시스템
으로 관리방향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ISO의 특징인 "ISO 방법론"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Say It(방침 결정) <>Do It(실행) <>Document It(문서화) 등이 그것이다.

이중 대부분의 기업이 싫어하고 게을리하는 것이 문서화다.

그러나 문서화는 투명경영의 출발점이자 ISO의 기본목표다.

어렵지도 않다.

간결하게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된다.

이를 강조하는 표어가 "KISS(Keep It Simple & Slim)"이다.

일본의 한 학자는 "KISS+S(Smile)"를 주창한다.

조직에 웃음이 없으면 ISO 시스템이 원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외 인증기관으로부터 ISO9000 인증을 받은 사업장은 1만개를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KS획득 기업이 5천여개인 것을 감안하면 ISO인증 열풍을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품질"이다.

고객은 최종 성과물은 물론 거기에 이르는 중간과정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
했다.

고객의 구입가격에 이러한 관심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기업은 명심해야 한다.

이를 간과한 ISO경영체제는 결코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ISO 인증을 취득한 기업과 인증기관 컨설팅기관 모두가 ISO 규격의 근본
취지를 다시 한번 깊이 새겨 볼 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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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해진 전무 약력 ]

<> 1941년생
<> 62년 인하대 금속공학과 졸업
<> 79년 홍익대 산업대학원 금속공학과 졸업
<> 상공부 금속과장
<> 일본 릿쿄대학 산업경영연구소 객원연구원
<> 공업진흥청 정밀경영과정(부이사관)
<> 95년 11월 한국품질환경인정협회 전무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