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규 대구대 교수(경영학)의 취미는 기업 여행이다.

그의 목표는 1천개의 기업을 방문하는 것이다.

그는 서울대 상대 졸업후 현대자동차에서 첫 조직생활을 경험했다.

대학에 있으면서 강단과 세계적인 기업들의 경영현장을 안방처럼
드나들었다.

그의 강의와 기업교육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도 "살아있는 체험"
덕분이다.

그가 20세기 기업과 경영의 현장기록 "이재규 교수의 재미있는 기업 이야기"
(21세기북스, 8천5백원)를 펴냈다.

세계적 대기업의 경영전략과 기업문화, 위기극복 과정 등을 1백40개의
에피소드로 엮은 것이다.

그는 삼성 현대 대우 등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GE GM IBM ICI 푸르덴셜 등
외국의 초일류 기업을 찾아가 그들의 경영마인드를 해부했다.

그의 발길은 중국 방글라데시 미얀마 우즈베키스탄까지 가 닿았다.

성공한 기업들은 뭐가 다른가.

그의 분석에 따르면 일류기업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목표를 뚜렷하게 갖고
있다.

이탈리아 기업들은 철저하게 소규모의 장점을 살린다.

베네통은 유연하고 신속한 선택으로 세계 디자인을 선도한다.

월마트 등 유통업체와 디즈니랜드 등 서비스업체는 흉내낼 수 없는 고객감동
으로 승부한다.

3M과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권위주의를 벗고 창의력을 강조하며 세계
기술을 이끌고 있다.

일류 기업에게는 경쟁전략만 있는 게 아니다.

경영이념과 기업문화 비전이 함께 갖춰져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에는 청춘문화가 있고 P&G에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자는
기치, 머크는 세계를 치유한다는 비전이 깃들어 있다.

저자의 글로벌 M&A(기업인수.합병)에 대한 생각도 명쾌하다.

시장지배에 역점을 둔 집중경영(FOCUS)식 합병은 시장지배력 확보에
성공하지만 무리하게 시장영역을 확대하는 다각화는 실패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는 핵심역량에 기반을 둔 집중경영이 M&A의 열쇠라고 강조한다.

그는 21세기야말로 기업이 이끄는 세상이라고 말한다.

본문 중의 대화가 이를 대변한다.

"국가는 없어.민주주의도 없고. 다만 IBM ITT AT&T 듀폰 액슨 등등뿐이지.
그게 세계의 국가들이야. 세계는 기업들로 구성된 하나의 대학이네.
알아듣겠나, 로버트 군"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