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십수년이 지난 일이지만 매년 이맘때가 되면 아직도 귀에 생생한
은사님 말씀이 생각나곤 한다.

아마 내가 최고 경영자에 취임한 첫날이었으리라.

뜻밖에도 대학시절 은사님으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게 되었다.

최고경영자가 된 것을 축하한다며 그 은사님께서는 나에게 이렇게
당부하셨다.

최군, 이제 명실공히 조직의 Head가 되었군, 정말 축하하네.

하지만 Head라는 자리에 올랐다는 만족감으로 진정한 Leader가 되겠다는
욕심을 버려서는 안되네.

세상에는 많은 Head가 있지만 진정한 Leader 는 드문 법이거든.

참 Leader란 타인이 아닌 자신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라네.

진정한 Leadership을 갖춘 훌륭한 경영자가 되기 바라네.

당시로선 하도 뜻밖의 전화였고 오랜 세월동안 인사도 못드렸다는 죄책감에
머리만 조아리며 제대로 그 말씀을 헤아릴 수 없었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게 되었다.

그 전화를 받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고 생각된다.

회사의 중요한 업무를 추진할 때였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참으로 의욕이 하늘을 찌르던 때였던지라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의 진행속도는 물론 성과도 쉽사리 나타나지 않아
한동안 좌절하기도 했었던 때, 바로 그 때 불현듯 그 은사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참 Leader 란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라네"

문득 지금까지 나의 의욕만을 앞세웠던 지시일변도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 후 나는 조직속에서 생각하고 조직원들과 함께 행동하는데 더 많은 노력
을 기울이게 되었고 그 결과 실타래처럼 얽혔던 일들이 하나하나 풀어져
마침내 만족할만한 결과를 거둘수 있었다.

열심히 하기에는 매사 마찬가지였음에도 불구하고 업무성과에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서 만사에 있어 내 입장에서 생각하기보다 조직원의 입장에서
그리고 나보다는 조직의 발전 방향을 우선에 둔 업무추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그때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몇 차례 같은 경험을 하면서 은사님 말씀은 곧 나에게 있어
하나의 "업무처리" 지침이 되었다.

기업조직내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생활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잣대가
되었다.

이렇듯 사회와 조직의 발전이란 선배의 뜻있는 경험을 후배에게 알려주고
후배는 그것을 이해하여 배우고 실천하며 다시 후배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때 비로소 생성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000년을 눈앞에 둔 일신우일신의 시대에 온고이지신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