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 가스공사 경영기획단 과장 >

"과장님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한달간 계속되는 조직개편과 정원 조정작업으로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나에게 같이 근무하는 후배가 물었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라서 대답을 못했고, 조금후에는 정말 몰라서
대답을 못했다.

요즘같이 살벌한 시기에 회사에 다닐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앞섰다.

아직도 상당수의 공기업들이 올해의 인력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힘겨운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한국가스공사는 98년말까지 인력감축을 마쳤고 많은 수의
직원들이 직장을 떠났다.

청정연료인 천연가스를 도시가스와 발전용 연료로 전국에 공급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공사는 구조조정이 시간을 끌 경우 직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이로 인해 가스 공급에 악영향을 미칠수도 있다는 판단에서 한꺼번에 인력
감축을 단행한 것이다.

그러나 가스공급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현장에서 처리해야 할 업무는
늘었지만 정부방침상 인력을 늘릴 수는 없고, 그러다 보니 정원 조정업무는
말 그대로 고역이다.

업무성격상 호시절에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자리인데, 요즘 같은 때는
실무부서의 불만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본래의 업무보다는, 상황을 설명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내딴에는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되도록 친절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하지만
처음부터 언성을 높이며 직위로 밀어부치는 윗사람 앞에서는 정말 한계를
느낀다.

그럴 때는 "담당과장이 남자라도 이럴까"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심란한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싹싹한 후배가 나를 위로했다.

내가 여자여서 오히려 어려운 업무를 포용력있고 부드럽게 풀어나간다고.

사실이 아니더라도 내게는 큰 위로가 됐다.

사실 입사당시에 비하면 여성를 대하는 인식도 크게 개선됐다.

여자인 내가 과장이 됐고 비중있는 인사업무도 맡게 됐다.

그리고 나도 연륜이 쌓이면 원칙을 지키면서도 매끄럽게 업무를 해나갈수
있지 않을까.

회사와 나, 서로가 조금씩 발전해 가다보면 여자가 일하기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jek@mail.kogas.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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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