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재각제 개헌 유보"를 둘러싼 자민련 내부의 갈등이 세대결 양상을
보이면서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김종필 총리가 "당의 의사를 따르겠다"고 밝힘에 따라 "내각제 강경파"와
"연내 개헌 유보파"가 당주도권을 잡기 위한 "힘겨루기"에 돌입한 것이다.

박태준 총재는 이날 오후 일본에서 귀국하자마자 김 총리를 방문했다.

또 김용환 수석부총재는 밤늦게 박 총재 집을 찾아가는 등 내각제 문제
해결 방향을 둘러싼 당 수뇌부의 물밑작업이 숨가쁘게 진행됐다.

이에 앞서 김현욱 사무총장은 원외 당무위원 20명과 긴급 회동을 갖고
"이럴 때일수록 대동 단결해야 한다"며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김 총장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과장된 것이 많긴 하나 (김 총리를 만난)
당사자들이 즉각 해명하지 않아 문제를 증폭시켰다"며 내각제 강경파들을
겨냥하기도 했다.

김 총장은 이어 중국 베이징으로 날아가 국민회의 한화갑 총장과 오찬회동을
갖고 내각제 개헌 유보에 따른 후속대책을 논의했다.

내각제 강경파들의 반발에도 불구 박 총재와 김 총장이 앞장서 "국민회의와
의 당대당 내각제 문제 협상에 착수하라"는 김 총리의 지시에 따라 구체적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수석부총재를 중심으로 한 내각제 강경파들은 연내 내각제
개헌이 지상과제라고 거듭 주장하면서 내각제 유보를 거래 대상으로 삼는
것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지난 14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 총리에게 연내 내각제 관철을 내용으로 하는
"결의문"을 제출키로 결의했던 이들은 이날 별도 모임을 갖지는 않았으나
이재선의원 후원회에 속속 참석, 단결력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또 김 총리에 대한 비난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김 수석부총재는 이 자리에서 "작금의 정치권 상황을 보면 때론 답답하고,
때론 한스럽게 생각한다"며 개헌유보에 대한 비통한 심정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나와 같은 나이가 들은 정치인들은 패기와 용기 그리고 의지를
갖고 있는 젊은 정치인들이 필요하다"며 개헌 유보가 "노회한 정치인의 산물"
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이인구 부총재도 "이랬다 저랬다 하지않고 소신과 신의를 생명같이 여기는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연내개헌 방침에서 후퇴한 김 총리를 간접적으로
비하했다.

이처럼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연내개헌 추진파와 개헌유보파는 16일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한판 승부를 벌인다.

자민련 당론을 모으기 위해 10여명에 달하는 중도파 끌어안기에 본격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김 총리와 박 총재가 "적"으로 명백히 구별된 상황에서 강경파들이
세를 얻기엔 역부족이란 분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에따라 정치권에서는 특히 내각제 강경파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한때 내각제 연내개헌이 안될 경우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각제 개헌이 무산될 경우 탈당 가능성에 대해 상당수 의원들은
분명한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결국 개헌유보를 수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강경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최악의 경우 탈당을 하더라도
연말 가까이 돼야 결행할 것"이라며 "하지만 당 헤게모니를 잡기위해 20여명
의 의원들이 함께 뭉쳐 당내에서 독자 노선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여론및 JP의중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내년총선에서의 이해득실까지
마친 상태에서 최종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 김형배 기자 kh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