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기 < 두산씨그램 공장장 >

투명한 액체 보드카는 눈으로 뒤덮힌 설국을 연상시킨다.

실제로 보드카는 북극해에 가까운 나라에서 대량 소비된다.

러시아는 보드카의 종주국이나 금세기 들어서는 스웨덴의 앱솔루트
(Absolute) 보드카에 왕좌를 내줬다.

보드카의 역사를 살펴보기로 하자.

1540년께 차르 왕가의 이반 4세는 카잔 한국(오늘날의 카자흐스탄 부근)에
원정했다.

당시 중앙아시아 지역에는 카박(Kabak)이라는 목로주점이 널리 분포돼
있었다.

이반 4세는 볼가강 남쪽에 왕실이 운영하는 카박을 짓고 보드카를 제조해
판매하는 동시에 모스크바에서는 보드카 판매를 금지시켰다.

그후 왕실 재정을 확충하는 방편으로 카박을 전국에 분포시켰다.

그때부터 보드카는 러시아의 민속주가 되었다.

양조및 증류 기술이 덜 발달돼 향기로운 증류주를 만들지 못했던 북국인들은
냉대림 지역에 풍부한 자작나무탄으로 보드카를 여과해 냄새를 제거했다.

따라서 보드카의 특징은 색이 없고 맛이 없으며 냄새가 없다.

그런데 이런 보드카의 특색이야말로 칵테일을 하는 원료 술로서는 매우
적합하다.

왜냐하면 칵테일에 쓰는 음료나 과일의 색 향 맛등의 특징을 잘 살릴수
있기 때문이다.

진은 매우 강한 향을 가지고 있다.

진은 향기가 매우 강렬한 주니퍼 베리, 코리안더, 오렌지 껍질 등 향료
식물을 주정에 넣어 침출시킨후 재증류해 만들기 때문이다.

원래 진은 16세기 중엽 네덜란드에서 이뇨제 해열제로 제조되었는데
17세기말 잉글랜드로 전파되면서 술로 자리잡았다.

진은 주정으로 만드므로 제조원가가 저렴해 전세계 서민들에게 애용되었다.

18,19세기에는 정제 기술이 열악해 품질이 낮았으나 오늘날에는 진공
증류기가 발달돼 향료 식물의 미묘한 향을 그대로 내는 프리미엄진도 개발
되었다.

진의 향과 맛의 특색은 기본적으로 송진 향이 강하고 브랜드에 따라 향료를
달리하므로 향미가 다양하다.

대체적인 맛의 특징은 약간 아리다.

진은 원칙적으로 숙성시키지 않으나 브랜드에 따라서는 3~6개월 숙성과정을
거치는 것도 많다.

진은 지난 8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대중적 인기를 누렸으나 90년대에 들어
많이 쇠퇴했다가 최근 판매량이 다소 늘고 있다.

진 역시 여러가지 음료와 조화를 잘 이루므로 칵테일에 많이 사용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