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잔디위에 학이 거닐고 있다.

가끔 머리를 숙여 먹이를 먹고, 그러다 날개 짓 한번 하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우아한 학의 자태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다른 세상에 잠시 다녀 온 듯한 느낌이었다.

공연을 마친 뒤 사람들에게 물어 "동래농협소속 주부 학춤공연단"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또 이 학춤은 부산 동래지역의 고유 전통무용이라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다음날 동래농협을 찾아 갔다.

강당에서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조심스레 "같이 활동할 수 있느냐"고 물으니 대환영이란다.

그 때부 터 3년이 흘렀다.

지금은 필자가 단장이 됐다.

그동안 열심히 훈련을 해 이제는 학 날개짓이 자연스럽게 된다.

우리 학춤공연단은 이런 저런 행사에 초청되어 동래지역의 많은 사람들에게
학춤을 보여주고 있다.

동래농협 학춤공연단은 지난 94년3월 창단했다.

"부산 지방 무형문화재 3 호"로 지정된 동래학춤이다.

그런데 명맥이 끊길 상황이라고 해서 아마추어들이었지만 뜻을 모으게 된
것이다.

지금 우리 단원은 춤사위를 연출하는 무용수 20명, 우리 고유의 가락으로
공 연을 살려주는 풍물패 15명 등 모두 35명이다.

매주 금요일 오전 김순선 선 생님의 지도로 2시간동안 동작 하나하나를
가다듬는다.

우리들은 부산시민걷기대회, 광안리 해변축제, 농업인의 날 행사 등 각종
행사에 참가해 부산 동래의 자랑스런 학춤을 공연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양로원을 방문, 공연으로 노인들을 위로해
드린다.

또 매년 농협에서 개최하는 청소년 농촌문화캠프에 초청되어 학춤을 공연,
청소 년들에게 우리 고유의 문화와 멋을 전수하는 소중한 기회를 갖고 있다.

주부들의 자기계발을 위해서 만들어진 단순한 모임이라면 이렇듯 6년여
세월동안 학춤공연이 이어지긴 어려웠을 것이다.

회원들은 공연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 고 이웃의 어려움을 살펴 볼 줄 알게
됐다.

또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사라져가는 우리 문화를 계승해 보겠다는
야무진 꿈이 우리 모임속에 살아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믿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