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의 양대 축으로 정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정계신편론"자인
이한동 한나라당 전 부총재는 19일 "때가 되고 여건이 성숙되면 자연스럽게
움직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정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2+알파(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당
및 한나라당 일부 탈당파 영입)"식 정계개편과 관련해 이 전 부총재가 탈당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그러나 이 전 부총재는 "내년 총선전까지 여건이 성숙되겠느냐"고 반문,
당장 행동에 옮기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 전 부총재는 "지난 55년 일본의 보수대연합이 성사된 것은 사회당 등
진보세력이 통합됐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도 진보세력이 결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안정을 바라는 국민들이 갈팡질팡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보수와 진보의
양대구도로 정치체제가 개편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나라당은 정강정책에 보수를 표방하고 있으나 지금 움직임을
보면 진보인지 보수인지 정체성 혼란상태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또 "3당 가운데 자기색깔이 뚜렷한 곳은 자민련"이라고 밝혀 탈당시
자민련에 가겠다는 속내를 비췄다.

이 전 부총재가 정계개편과 관련, 탈당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당장 이를
결행하지 않겠다는 "다소 모호한" 발언을 하는 것은 정계개편에서 일정한
역할과 지분을 보장받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당으로 갈 경우 이종찬 전 국정원장과 비슷한 대우를 받거나 한나라당
잔류시 내년 총선에서 공천지분을 행사하는등 "적절한 지위"를 보장받겠다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이 전 부총재는 이달초 박태준 자민련 총재, 지난 15일에는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를 잇따라 만나는등 자신의 입지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