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호황은 다른 경제지표들까지 실제이상으로 과대포장할 가능성
이 높다.

경기 흐름을 잘못 읽게 함으로써 잘못된 정책을 양산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국가경제에 큰 피해를 끼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는 지난 96년 반도체 경기가 가라앉아 경기가 급속히 하강하고 국제수지
적자폭이 대폭 늘어난 사실에서 잘 입증된다.

외환위기도 따지고 보면 반도체 경기에 눈 먼 탓이 크다.

반도체산업이 제조업생산(생산지수 기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92년
5%에 불과했으나 93년 5.7%, 95년 8.6%, 97년 13.6%로 높아졌다.

지난해는 21.0%로 커졌다.

총수출(통관금액 기준)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2.9%에
달했다.

반도체산업이 우리나라 제1위의 생산및 수출품목으로 부상한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이후 전반적 경제지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는 주요 요인
으로 반도체 경기 호전을 빼놓을수 없다.

경기를 나타내는 산업생산지수 등은 생산물량을 기준으로 작성된다.

가격변동을 제때 반영하지 않는다.

반도체의 경우 가격이 급등락한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특히 그렇다.

지난 96년이후 반도체 가격은 폭락했다.

D램의 평균단가는 지난 95년 메가바이트당 27달러에서 97년엔 4달러로,
현재는 0.12달러선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반도체 생산물량은 증가추세다.

지난해의 경우 43.3%나 늘었다.

반도체 생산물량이 늘어날수록 물량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산업생산지수는
높아진다.

그렇다고 반도체 생산증가가 곧바로 전반적인 경기호전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따라서 반도체 중심으로 경기동향을 읽고 경제를 운용할 경우 실물경제
움직임을 지나치게 좋게 해석할 우려가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상반기 "반도체산업과 우리 경제"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와
반도체 이외 산업을 따로 떼내 관찰한후 필요한 경제운용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