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무역흑자가 정부 목표치인 2백50억달러에 크게 못미치는 2백억달러에
그칠 것이라는 무역협회의 전망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무협에 따르면 올해 수출은 작년보다 3.6% 증가한 1천3백70억달러, 수입은
25.4% 늘어난 1천1백7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수입이 이처럼 급증하면서 무역수지는 지난해 3백90억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때마침 한국은행도 우리나라의 교역조건이 최근들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은은 순상품 교역조건지수가 지난해 1월 이후 16개월만에 가장 낮은
96.9를 나타냈는데 이는 대부분 수입단가의 상승에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 무협 보고서나 한은 분석자료는 수입부문에서 특히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물론 경기가 회복되면서 수입이 늘고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자연스런 결과라
할 것이다.

그러나 수입증가율이 지나치게 가파른데다 지금 속도로 교역조건이 악화된다
면 무역흑자 기반의 붕괴는 시간문제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최근의
수입 동향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더욱이 수입은 내수경기와 환율수준등 거시 환경에 영향을 받을 뿐 관세율
조정과 같은 전통적 통제수단을 동원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책선택의 폭도
매우 좁다고 할 것이다.

우리경제 상황이 갈수록 수입유발적 환경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도 우려를
높여놓고 있다.

외국인 증권투자등 해외 자본의 과도한 유입이 거품을 만들어 내면서 원화의
구매력을 필요 이상 높여놓고 있는데다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몰두해있는
상황에서 내수경기가 앞장서 활황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 역시 수입을
급증시킬 가능성을 높여놓고 있다.

수입선 다변화 정책이 폐지되면서 대일적자가 배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지역별 불균형도 심각한 문제다.

수출 자체만 하더라도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수출증가율이 불과 3%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위안화 절하나 엔.달러
환율의 급변, 유가 상승등 복병도 적지 않다.

올해 3천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보호주의를
촉발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 데다 여전히 부진한 설비투자가 수출 증대에
병목현상을 일으킬 것이라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다.

정부는 지표상의 경기호황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급증추세를 보이고 있는
수입 부문을 보다 깊이 있게 관찰하고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정책선택이 제한적인 만큼 조기에, 그리고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대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