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 고속도로휴게소 운영권을 민영화한 적이 있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소문이 돌면서 돈깨나 있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그들의 고민은 입찰방식이 기기묘묘해 누구도 낙찰을 장담할 수 없었다는
점.

전체 응찰자의 평균액수 바로 위의 금액을 써넣은 사람을 당첨자로 한다는
내용.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릴지 모르고 또 얼마를 써넣을지도 모르는데 그
가운데 중간을 추산해 그 위 금액을 써넣는다는 것은 바다에 빠진 동전을
찾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로 보였다.

그런데도 휴게소 낙찰을 컨설팅해줘 4개를 성사시킨 사람이 있다.

윤현수(46) 코미트창업투자 사장.

그는 휴게소의 적정 가격을 산정하고 응찰예상가격의 산포도를 구한 뒤
시뮬레이션기법을 이용해 예상치를 구해냈다.

물론 이 과정에선 기업 인수 합병(M&A)의 전문가다운 지식과 노하우가
총동원된 것은 물론이다.

윤 사장에게 붙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대표적인 게 "M&A 고수".

대상그룹의 유화사업부문 매각을 비롯해 기업인수 경영권방어 등 수많은
작업을 해냈다.

철강산업과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 개별기업의 외자도입 등도 자문하고
있다.

신정부 출범후 진행된 3각빅딜의 막후 조정자이기도 하다.

게다가 "아이디어맨" "중국 투자컨설팅 귀재"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산업은행에서 잔뼈가 굵어진 은행원 출신의 그는 글솜씨가 좋아 언론매체에
칼럼을 쓰기도 하고 책도 여러 권 집필했다.

공인회계사, 스위스 국제경영원(IMD)의 경영학석사(MBA), 성균관대
경영학박사, 한국M&A학회장이라는 이력은 기초가 탄탄한 인물임을 보여준다.

그의 정열은 누구도 당하지 못할 정도다.

한국기업의 국제경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열정 때문에 밤을 꼬박
새운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가 이달초 코미트M&A(구조조정) 펀드를 선보인 것도 사명감에서 비롯됐다.

어려움을 겪지만 성장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기업도
살리고 투자자에게 고수익을 안겨주겠다는 것이다.

단순히 돈을 굴리는 수단이 아니라 국민경제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생각에서
이 사업에 착수했다.

그가 3년동안의 목표수익률을 수백%로 높여 제시할 수도 있지만 1백20%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내놓은 것은 투자자에게 신뢰를 심어주기 위한 것.

발매 열흘만에 신청액이 5백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한다.

"어려운 기업에 투자하거나 아예 그 기업을 인수해 종합적으로 지원하면
1천원짜리 주가를 1만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소외된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한다는 점에서 주가가 1,000포인트대에 달해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뮤추얼펀드에 비해 성장성이 훨씬 높다고 자신
합니다"

기업회생에 대한 그의 열정에 감동해 펀드사업을 돕는 자문위원들이 많다.

이관우 전 한일은행장을 비롯해 이용태 삼보컴퓨터회장, 오창환 영화회계
법인 수석부회장, 장영광 성균관대교수, 최동규 중소기업연구원장, 박종철
변호사 등.

"앞으로의 꿈은 외국의 투자은행에 해당하는 종합금융그룹을 만들어 기업을
입체적으로 지원하는 것입니다"

그는 이달말 펀드모집이 마감되면 8월중 창립총회를 열고 곧바로 기업발굴에
들어가 10~15개사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힌다.

또 1차펀드 투자를 마친 뒤 곧이어 2차펀드를 구성하는 등 구조조정 기업을
살리는 구원투수 역할을 할 작정이다.

(02)3772-8600

< 김낙훈 기자 n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