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구매시스템...포항제철 ]

대전에 있는 콘트롤 밸브생산업체인 대신기계 이영모 영업과장은 출근하자
마자 컴퓨터를 켠다.

그리고 포항제철의 홈페이지(posco.co.kr)를 접속한다.

다시 구매(Procrement)란을 클릭, 포항제철이 구매를 원하는 품목중에
밸브가 포함돼 있는지를 확인한다.

포철이 인테넷을 통해 일반에 공개하는 공개구매예정(현황)란에는 건명
구매처 견적마감일자 참가자격 등에 대한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들어 있다.

그래서 이 과장은 포철의 구매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굳이 포항제철소까지 직접 찾거나 전화로 문의하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만 연결하면 포철이 구매를 원하는 컨트롤 밸브의 품목과 규격 등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구매하는 쪽인 포항제철의 현장부서는 필요한 물품의 견적 내용을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띄우기만 하면 된다.

현장에서 구매를 원하는 품목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상에서 계약단위로
자동적으로 다시 짜져 대외 정보로 일반에게 공개된다.

현장부서는 구매신청서에 단가 사양을 명기하고 클릭 한번 하는 것으로
모든 주문이 끝나는 셈이다.

가격협상이나 계약은 구매부서에서 담당한다.

예전처럼 서류와 설계 도면을 들고 뛰어다닐 필요가 없게 됐다.

포항제철은 98년 4월부터 사내 전산망(인트라넷)을 활용, 인터넷 구매시스템
을 도입했다.

이전에도 부가통신망(VAN)으로 구매를 해왔지만 부가통신망은 도면 규격서
등의 송수신이 불가능했다.

당연히 구매 효율이 떨어졌다.

포항제철 내자구매실 안윤 팀장은 "모든 정보를 편리하게 주고 받을 수
있는 인터넷 구매시스템을 구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미 구축된 포철의 인트라넷을 활용하는 만큼 구매시스템을 도입하는데
별도의 투자도 필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인터넷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이런 구매시스템이 더 빨리 정착될 수
있었다.

포철은 우량 협력업체 5백35개사를 포함해 총 2천여개 중소기업으로부터
기자재를 공급받고 있다.

한번 계약을 한 후 필요할 때마다 기자재를 납품받는 "단가구매" 외에 그때
그때 필요한 품목(스팟)에 대한 주문건수만 1만여건이 넘는다.

연간 총 구매액이 6천5백억원규모가 된다.

그만큼 구매가 잦은 편이다.

당연히 구매 과정에서 많은 인력이 필요했다.

포철은 인터넷 구매시스템을 도입한 후 구매 관련 부서의 인력을 20%가량
줄일 수 있었다.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데다 행정절차가 그만큼 줄었기 때문
이다.

포철측은 구매 과정의 80%를 컴퓨터가 담당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공급사 입장에서도 편리하기는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규모에 관계없이 포철이 실시하는 입찰에 참여해 기자재를 납품한
후 대금을 받을 때까지 6,7회씩 포철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

공급사들은 제품의 사양을 담은 도면 규격서 등 입찰명세를 검토한 후
가격을 보내는 것으로 입찰 참여는 끝난다.

포철 내자구매실 강홍규 과장은 "가격 협상도 인터넷으로 주고 받을 정도로
인터넷 구매 시스템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물론 구매와 관련된 모든 작업이 다 인터넷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아직은 계약을 체결하고 생산제품을 납품할 때는 기자재 공급업체 담당자가
포철을 찾아야 한다.

제도 미비로 전자서명이 어렵고 세금계산서도 직접 주고 받아야 하기 때문
이다.

또 해외기자재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이 시스템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포철은 중장기적으로 인터넷 구매시스템을 해외 구매쪽에도 확대 적용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잠재적 공급사를 발굴하고 전자네고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강구중이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