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를 깎아 주는 일(예초)은 잔디 관리 작업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식물학적인 관점에서보면 예초 자체는 식물에 해롭다고 할 수 있다.

양분이 든 잎이 잘려나가기 때문에 잔디를 양호한 상태로 유지하려면 부득이
많은 비료를 사용해야 한다.

너무 낮게 잘린 잔디는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빠른 쇠퇴현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병해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침 일찍 예초작업이 막 끝난 필드에 서서 심호흡을 했을 때 맡을
수 있는 그 풋풋한 풀 냄새는 마치 자연이 코를 통해 내 몸 속으로 들어오는
것과 같은 감동을 느끼게 한다.

잔디는 예초를 통해 잔디밭의 표면이 평탄하게 되어야 미관상 아름다움을
더할 뿐만 아니라 밟았을 때 쾌적한 촉감을 느낄 수 있다.

또 잔디를 자주 깎아주면 위로 자라는 대신 옆으로 잘 퍼지므로 치밀한
잔디밭을 형성시킬 수 있다.

따라서 잔디의 입장과 우리 사람들의 욕구를 어느 정도에서 절충할 수
있는가를 잘 이해하고 잔디관리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 최고의 코스관리자
라 할 수 있다.

예초 횟수는 잔디의 생장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잔디로 조성된 페어웨이의 경우 생육이 좋은 여름철에는 주2회, 한창
생장이 시작되는 봄철과 겨울철 휴면을 준비하는 가을철에는 주1회정도
깎아줌으로써 잔디의 생장속도와 맞추어 준다.

그러나 3.5~5.5mm로 잔디높이를 유지해 주어야 하는 그린 잔디는 시즌 중에
는 매일 깎아 주어야 하고, 그러자니 잔디관리에 더욱 많은 노력과 품이 요구
된다.

내가 밟고 서 있는 잔디의 이러한 아픔과 코스관리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골프의 첫 시작이 아닐까?

잔디 잎은 예초기의 작업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눕거나 성장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 때문에 예초 방향이 다른 곳에서는 빛의 반사각의 차이로 색깔이 달라
보여 마치 무늬가 생긴 듯 하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잔디를 깎으면 월드컵 경기에서 볼 수 있는 줄무늬
의 잔디구장을 만들 수 있다.

골프장 그린도 작은 예초기로 다이아몬드 형태로 더블커팅하면 아름다운
체크무늬를 갖는 그린잔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무늬표현의 시도는 단순히 아름다움의 차원을 넘어서 좁은
페어웨이를 넓게 보이도록 하는데, 또는 짧은 페어웨이를 길게 보이도록 하는
착시 현상에 적용되기도 한다.

오늘날 코스관리자는 단순한 잔디관리자의 차원을 넘어서 넓디넓은 잔디밭에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할 줄 아는 예술가의 안목까지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 안양베네스트GC 연구팀장 Shkturf@samsung.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