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선 < 금융감독원 공시심사실장 >

최근 유가증권 발행에 있어 감독기관의 역할과 책임에 관한 지적을 보면
언론의 시각이 규제주의를 지향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기업이 피할 수 없는 위험으로부터 투자자를 안전하게 지켜 주려 한다고
가정해 보자.

감독당국은 유가증권 발행때마다 투자위험요소를 확인하기 위해 수많은
절차를 진행할 것이다.

가정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감독체제하에서는 기업이 제때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기업활동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또 현재 재정적으로 어려운 기업에는 자원이 배분되지 않는 왜곡 현상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제를 위해 감독기관은 많은 인력이 필요하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도 큰 부담을 안게 되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지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자본주의의 최선진국 미국이 정보와 시장에 의한 규제를 이념으로 하는
공시주의를 채택한 이래 모든 나라가 이를 따르는 것은 규제주의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한다.

그렇다면 감독당국의 역할과 기능이 무엇인지에 대해 당연히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공시주의하에서는 어느 기업이나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공중을 대상
으로 자유롭게 유가증권을 발행할 수 있다.

감독기관이 하는 일은 바로 그 유가증권신고서에 기재해야 할 사항을 모두
기재하고 있는지, 또 그 기재내용이 감사보고서 등 믿을만한 자료와 일치
하는지, 증권발행 절차나 요건이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되지 않는지 등을
심사하는 일이다.

문제는 신고서가 기업의 모든 내용을 다 담을 수는 없다는 본질적 한계다.

예컨대 결산기이후 투자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수 있는 사항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내용은 해당 기업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일이다.

결국 감독기관의 역할은 유가증권신고서의 부실기재 방지를 위한 예방적
심사기능과 허위기재나 중요사항의 기재누락 여부를 조사, 엄격한 법적
책임을 추궁하는 사후집행기능을 수행하는 일이다.

금융감독원은 "공시의 진실성 확보를 위해서"는 부실기재에 대해 엄격한
법적책임을 묻는 방법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 신고서의 부실기재에 대한
조사를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해 운용하고 있다.

물론 소송을 통한 권리구제가 쉽지 않은 우리 현실에서 신고서 심사업무의
예방적 기능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 심사의 내실을 기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강구중이다.

공시주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발행인 인수인 회계감사인이 자신의 의무와
직분에 충실하고, 감독기관은 이들에 대해 투자자가 스스로 감당해야 할
위험의 수준을 알 수 있도록 소정의 투자정보를 제공토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물론 투자자도 투자에 따를 수 있는 여러가지 위험요소를 충분히 고려,
스스로 위험을 사전에 피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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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