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및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선제적 금리정책을 언급하면서
중장기 금리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3년만기 회사채 금리가 1주일 사이에 1%포인트 이상 상승하면서 사상초유의
한자릿수 저금리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선제적 금리정책은 최근 미국의 그린스펀 FRB(연준리)의장이 언급하면서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용어.

장기호황을 누려온 미국경제에 인플레 압력이 나타날 것이 예상되므로 미리
금리를 인상해 대비하자는 것이다.

인플레가 나타난후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금융시장에 많은 충격을 줄 뿐
아니라 시기적으로도 너무 늦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미국식의 선제적 금리정책이 과연 한국에서도 유용하겠느냐는
점이다.

또 유용하다면 지금이 선제적 금리정책을 논할 시기일까.

자본시장이 발달한 미국의 경우 선제적 금리정책은 강력한 공시효과를
유발시켜 경기조절 수단으로 그 유용성이 매우 크다.

일례로 지난 6월말 미국 FRB는 기금 대출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으나
거듭된 예고의 결과 충격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향후 경기대응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의 경우 선제적 금리정책은 그효과가 적을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금리정책은 경기조절용으로 한계를 가진다.

GDP의 10%에 달하는 해외자금유출입이 국내금리 변화에 크게 반응하지 않아
금리인상으로 통화량을 줄여 총수요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데 한계가 있다.

아울러 시장참여자의 층이 두껍지 못한 한국에서는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이는 필요 이상으로 조기에 실세금리가 인상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의 금리급등도 바로 그러한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

한국경제는 사상 유례없는 장기호황을 누려온 미국경제와 달리 이제 겨우
외환위기 전으로 회복되는 상황이다.

물가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안정돼 있다.

증시활황으로 지난 1년여 사이에 발생한 약 2백조원의 부의효과(Wealth
Effect)에 따른 착시현상으로 경기가 과장되게 진단됐을 개연성도 충분히
있다.

중장기금리는 주가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 최근의 급등에 대해서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업의 재무구조개선과 경제활력 회복에 필수적인 저금리체제를
조기에 붕괴시켜서는 안된다.

지금은 통화당국의 신중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지 선제적 금리인상을 논할
때는 아니다.

< 최경환 논설위원겸 전문위원 khc@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