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명세 ]

<> 설계 : 무영건축
<> 시공 : (주)형진건설, 동성종합건설, 대동주택
<> 규모 : 건축면적 - 519평, 연면적 - 8014평, 층수 - 지하4층, 지상 12층
<> 위치 : 서울시 서초구 염곡동 300-9,302-4
<> 공사기간 : 1995.12 ~ 1999.4
<> 구조설계 : 태경건축
<> 설비/조경 : 기계 - 삼신설계연구소, 전기 - 신화전기, 조경 - 계림조경
<> 건축주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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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빌딩은 한국무역의 미래를 담은 건물이다.

첨단건축의 독특한 형태와 정갈한 경관구성이 주변을 압도한다.

서울외곽의 단조로운 풍경을 산뜻하게 변화시키는 기분좋은 포인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빌딩은 서초구 염곡동 사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경부고속도로 양재인터체인지와 양재대로 인근에 있는 서울의
관문이다.

밤이면 고속도로 차량행렬이 장관을 이룬다.

이런 야경을 배경으로 이 건물도 밤에는 화려하게 변신한다.

도로를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면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건축가는 설계 당시부터 충분한 부지분석을 통해 이런 배려를 했다.

건물의 인지도를 높이면서 사람들에게는 시각적 즐거움을 주고자 한 것이다.

코트라빌딩은 처음 계획할 때부터 배치와 이미지에 대한 인식을 매우
비중있게 고려한 건물이다.

특히 장소성, 상징성, 공공성의 3요소가 잘 조화를 이룬 건물로 평가된다.

이 세가지는 건물이 갖춰야할 기본 요소지만 성공적으로 건물에 담아내기가
쉽지 않다.

건물의 뒤편에는 구룡산이 있다.

푸른 산의 이미지와 어울릴 수 있도록 재료선정에 신경을 썼다.

건물 대부분을 푸른색유리와 투명유리로 감싸서 상쾌한 느낌이 나도록 했다.

골조는 철골과 강관만으로 구성했다.

유리와 은빛 스틸재료는 투명하고 산뜻한 이미지를 연출해내기 때문이다.

산의 이미지와 조화를 염두에 둔 이들 재료는 첨단 하이테크 개념도 강하게
드러낸다.

미래지향적 인텔리전트빌딩을 원하는 건축주의 의지도 함께 수용하는
효과를 얻어냈다.

이처럼 건물이 건축주의 요구를 반영하면서 주변환경과의 친화성까지
만족시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건물 전체의 윤곽은 날개를 펼친 듯한 사선형상으로 구성됐다.

건물의 배치도 앞을 향해 두손을 벌린 듯한 형상이다.

강한 역동성을 드러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도입한 형태다.

이 건물을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특징적인 부분이 있다.

앞면 위쪽에 있는 V자형 철물이다.

마치 새가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부분은 내부의 거대한 아트리움(출입구 안쪽 공용공간)의 지붕을 이룬다.

건물전체에 강한 상징성을 드러내기 위해 도입한 핵심적인 설계요소다.

저층부의 출입구 지붕(캐노피)모양도 역시 날렵한 곡선으로 처리돼 건물전체
에 율동감을 더한다.

이 부분 역시 위쪽의 V자형 아뜨리움 지붕과 유기적 조화를 염두고 두고
도입한 장식요소다.

이처럼 사선과 곡선의 적절한 어울림은 전체건물에 경쾌한 리듬감을 준다.

여기 적용된 사선과 곡선의 설계요소들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심볼마크
에서 차용한 것이다.

심벌마크의 상징요소들은 건물을 더욱 드라마틱하고 아름답게 만든다.

또 사선과 곡선 등 움직임이 강한 설계요소들은 한국무역업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의지를 건물에 담아내는 효과도 있다.

변화무쌍한 외형뿐아니라 내부 공간도 재미있다.

우선 거대한 아뜨리움이 볼거리다.

단일 건물 아틀리움으로서는 국내 최대다.

1층에서 12층까지 전체가 천정을 향해 웅장하게 열려 있다.

아뜨리움 보다는 오히려 중정에 가깝다.

중정은 건물안쪽에 들어있는 일종의 마당이다.

시원스레 뚫린 아틀리움을 중심으로 둘레에 내부 사무실 공간이 배치돼
있다.

모든 사무공간에서 아틀리움의 탁트인 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한 배려다.

이로인해 이 곳은 근무자들의 피로를 씻어주고 정서적 안정을 찾아주는 멋진
공간이 된다.

아틀리움 앞면은 투명유리로 과감하게 처리했다.

건물앞에 펼쳐지는 경관을 안으로 끌어들이고 밖에서도 건물안의 조형미를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내부에서 보는 아뜨리움은 더욱 아름답고 웅장하다.

수직으로 솟아오른 기둥과 수평으로 엮어진 가는 파이프, 유리를 잡아매는
철선 등이 복잡하게 얽혀 만들어내는 구성미가 압권이다.

아틀리움을 덮고 있는 지붕의 조형미도 환상적이다.

밖으로는 V자형 날개형상을 드러내 건물 외형에 다양성을 더해 준다.

안에서 보는 지붕은 허공을 향해 날아오르는 비행기 양날개처럼 강한 비상감
이 느껴진다.

지붕덮게를 투명유리로 처리해 푸른 하늘과 밝은 자연광이 항상 들어온다.

이로인해 실내는 한층 다양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건물 앞쪽에는 아담한 광장이 배치됐다.

이 광장은 도시와 대지와 건물을 연결하는 매개체다.

세련된 조경으로 단장한 광장은 건물의 품위를 한껏 높여준다.

방문객들에게는 언제나 상쾌한 기분을 선사한다.

입구를 향해 두줄로 늘어선 깔끔한 강관기둥도 방문객들을 정중하게
맞이하는 안내자다.

광장 오른쪽에 서있는 아름다운 조형물은 광장 분위기를 예술적으로 바꾼다.

설계자는 건물외부의 작은 외등이나 조명등 하나도 적당히 처리하지 않았다.

모든 소품들을 미술품 전시하듯 정교하게 배치했다.

깃발 다는 게양대조차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 정도다.

코트라빌딩은 대담한 형태와 다양한 설계요소를 조화롭게 수용했다.

주변과의 어울림을 위해 작은 공간까지도 정성스럽게 다듬어낸 하나의
"작품"이다.

< 박영신 기자 ys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