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필름의 효시는 1902년 조르주 멜리에가 만든 무성영화 "달세계여행"이다.

"프랑켄슈타인"과 "킹콩"은 유성영화 초기인 30년대의 대표작이다.

63년엔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국제 SF 영화제가 창설됐다.

그러나 77년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가 등장하면서 SF영화는 블록 버스터
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ET'' ''쥐라기 공원'' ''고질라'' 모두 달러박스가 됐다.

''한국 SF영화의 신화를 창조한다''는 명제아래 제작된 ''용가리''는 우랄산맥
에 화석으로 묻혔던 용가리가 살아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담고 있다.

배경은 미국.

발굴단장과 여자조수, 늙은 고고학자, 특수부대대위 사진기자 등 등장인물
또한 모두 미국인이다.

대사는 자막처리된다.

평은 엇갈리지만 "특수효과(컴퓨터그래픽)는 괜찮으나 이야기와 연기는 수준
미달"이라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로 배우들의 연기는 어설프기 짝이 없다.

영화속엔 또 "용가리"가 아닌 "용개리"만 있다.

조금만 신경썼으면 막을수 있었을 오류도 많다.

성조기를 걸어놓고 회의하는 도시에 동대문 시장 간판이 나오고 여주인공은
컴퓨터 자판도 못친다.

잉크젯프린터도 보기 딱하다.

틈새시장을 겨냥한 B급 SF영화라 해도 기지와 위트 과학지식 인간애 등
기본요소를 포함해야 한다.

SF는 아이디어와 메시지를 재현하는 수단일 뿐이다.

중요한 건 특수효과가 아니라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의 가치관과 창작능력
이다.

77년에 나온 스타워즈는 베트남전과 워터게이트사건에 지친 미국인들의
관심을 미래와 우주로 돌려놓은 일대 사회적 사건이었다.

용가리 주제는 인간의 과다한 욕심은 지구를 멸망시킨다는 것이다.

인종과 국가에 관계없이 공감대를 형성할수 있는 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주제가 설득력을 이루려면 스토리와 연기 기술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어른도 읽기 벅찬 자막으로 어린이들에게 상상력과 세상살이의 기본 덕목을
전달하는 것은 무리인 듯 보인다.

"용가리"가 애당초 영어권 어린이를 겨냥한 것이라면 문제는 조금 다를 수
있다.

모쪼록 해외 메이저배급사와의 계약이 잘 성사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