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융시장에는 "이헌재발언록"이라는게 나돌았다.

"대우그룹에 지원되는 콜자금에 대해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 잘못될 경우에는 책임을 묻지않겠다"는게 골자다.

이헌재 발언록은 지난해 일부 은행들이 과다한 부실채권으로 퇴출되면서
관련자들이 문책받는 것을 보아온 실무자들을 움직이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부 일각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헌재 발언록도 효과가 없었다.

지난주 주가가 1백15포인트나 폭락하고 금리는 9.5%까지 치솟았던 것을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외국인은 대우대책이 발표된 19일 이후 5천2백4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
했다.

증권 은행 보험등 기관투자가도 팔자에 동참했다.

채권시장은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 금리가 두자리수에 진입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자아냈다.

일부 투자신탁운용사들은 한때 자금인출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헌재 발언록"이 별무효과였다는 사실은 대우그룹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시장이 이해할 수 있는 처방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최고경영자에 대한 책임부여와 대우그룹 계열사중
부실기업은 퇴출시킨다는 원칙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규모가 25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기관의
자금지원만 강요하면 외국인에게 매도기회를 줄 뿐"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25일 고강도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이 대책으로 금융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보는 모습이나 추가대책에도
시장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자금지원에만 촛점이 맞춰졌을 뿐 대우그룹문제에 대해선 발표만 있고
액션이 없다"는 한 외국계 증권사 서울지점장의 말은 외국인이 이번 대책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외국인은 한국시장의 흐름을 좌지우지할 큰손임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들을 이해시키지 않는 대책은 그다지 효과가 없을 것이다.

근본적인 처방으로 시장흐름을 리드해 나가지 않을 경우 제2위기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2의 건국"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의 책임을
물어 "문민정부"를 청문회에 세운 적이 있다.

대우문제를 잘못 해결하면 국민의 정부도 다음 정권에서 똑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

< 홍찬선 기자 hc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