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팔아야 됩니까, 아니면 그냥 가지고 있어야 합니까"

"대우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주가가 더 떨어지나요"

한국경제신문에는 26일 개인투자자로부터 수백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투자자들의 목소리는 하나같이 떨렸다.

손해를 보더라도 지금 팔아야 하는지, 아니면 기다려야 하는지 묻는 소리는
다급했다.

대우그룹 문제로 촉발된 금융시장의 불안이 증시를 대혼란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정부가 25일 고단위 처방을 내놓았으나 별로 약발이 먹히지 않는 분위기
였다.

26일 지수는 하루종일 출렁거리다가 또다시 폭락했다.

시장의 불안은 점점 더 커져가는 꼴이다.

이러다가 정말 큰일 나는 게 아니냐는 공포감마저 든다.

이런 생각은 투신 이외의 기관 매매동향을 보면 더 강해진다.

보험 은행 등은 이날 "팔자 물량"을 대거 쏟아냈다.

외국인이야 그렇다 치고 기관들이 팔자에 나섰다는 것은 여간 눈에 거슬리는
게 아니다.

투신사는 2천3백98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은행이나 보험사 등은 팔아
치우기에 급급했다.

은행은 3백76억원어치를, 보험사는 3백6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사실 이번 사태가 표면화된 것은 환매사태다.

일부 기관들이 대우사태를 우려해 투신사에 환매를 요구하며 금융시장에
메가톤급 충격을 안겼다.

지수 71포인트 하락이라는 충격적인 기록은 이렇게 세워졌다.

그런 기관들이 증시에서 물량을 대량으로 처분했다는 것은 지나친 이기심
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증시야 어떻게 되든, 그래서 제2의 위기가 오든 잇속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태도로 비쳐져서다.

물론 기관들도 할 말은 많다.

어차피 고객의 돈으로 운용하는 회사이고 보면, 손실을 줄이는 게 당연하다
는 반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식 매도세가 자칫 증권시장의 기반을 흔들가능성마저 없지
않다고 본다면 기관투자가들의 주식매도는 제닭 잡아먹기나 다를 바가 없는
무책임한 행동이라 하겠다.

증시가 붕괴되고 금융시장이 마비된다면 한국경제는 다시 회복할 수 없는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주가폭락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이번에도 역시 개인투자자다.

기관들의 발빠른 움직임에 개인투자자들은 앉아서 당하는 꼴이다.

이러다가는 개인들이 증시를 떠나는 최악의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

힘들게 다시 키운 증시가 기관들의 이기심앞에 허물어져서는 안된다.

< 조주현 증권부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