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한국경제신문의 한 독자로부터 E-메일을 받았다.

지난 5월에 부친상을 당하여 산소를 썼는데 묘역의 잔디가 잘 자라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필자도 다음달에는 부모님 산소를 돌보러 가야하기에 묘역의 잔디관리
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묘지는 너무 사치스럽게 꾸며도 좋지 않지만 관리 소홀로 보기 흉한 상태가
되어서도 안될 일이다.

묘역의 잔디상태가 좋지 않다면 먼저 그곳의 토양 상태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주변토양이 왕모래 또는 사질토로 되어 있으면 물이 너무 잘 빠져서
수분 공급을 제대로 못받기 때문에 어떤 잔디라도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

이럴때에는 잔디뿌리가 뻗는 20~25cm 두께의 표면 토양을 유기물이 풍부한
양토로 객토해주고 위에 잔디 뗏장을 다시 덮는 것이 완벽한 처방이라
하겠다.

다소 번거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묘역의 잔디는 일반 정원과는 달리
매일 관수하고 예지하면서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잔디 생육조건을
충족시켜주어야 한다.

잔디는 음지에서 잘 자라지 않으므로 최소한 하루 5~6시간정도의 햇볕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주변에 큰나무가 있으면 가지치기를 해주든가, 벌목을 하여 잔디에
햇볕이 잘 들도록 해주어야 한다.

주변에 아카시아나 찔레나무등 잡관목이 있으면 뿌리까지 뽑아내려고
하지말고 제초제를 사용하여 제거해주는 것이 수월하다.

잔디관리 소홀로 인하여 빈약한 잔디묘소가 되었을때 일반적으로 잡초의
침입이 많아진다.

묘역에 잘 나타나는 잡초종으로는 클로버, 수영, 소리쟁이, 억새풀 등이
있는데 잔디보다 키가 큰 장초형 잡초는 그늘 피해를 주어 잔디가 잘 자라지
어렵다.

잔디가 빈약하거나 밀도가 낮으면 비료를 주어 잔디의 생육을 좋게 하는 일
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비료가 오히려 잡초만 무성하게 키우는 결과를 초래 할수도
있으므로 잡초제거 작업도 항상 병행하여 주어야 한다.

또 겨울동안 흙이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면서 표면토양이 부풀어 올라
잔디뿌리가 들뜨면 봄철 새순이 나오는 시기에 양분과 수분을 흡수하기
어려워 말라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른 봄부터 늦봄까지 발로 꼭꼭
밟아주어야 한다.

이외에 강한 산성 토양이거나 양분 결핍으로 잔디가 병해충에 고사하는
경우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무난하다.

잔디를 잘 모르면 조상을 공경하기도 어렵지만 후손들은 후손들대로
곤경스러워 며칠전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자리에서 선언을 해두었다.

나는 납골당을 쓰겠다고.

그것도 인터넷 성묘가 가능한 사이버 납골당으로...

< 안양베네스트GC 연구팀장 Shkturf@samsung.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8일자 ).